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선심성 복지’를 막기 위해 고삐를 죄기 시작했다. 정부의 조정 권고에도 무리한 복지정책을 강행하는 지자체에는 교부금을 줄이는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지방 재정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임에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자체의 무분별한 복지 정책이 쏟아지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선심성 복지 막는다

정부 관계자는 2일 “지자체가 복지 정책을 새로 내놓거나 변경한 뒤 정부의 조정 권고에 응하지 않을 경우 지자체 평가에서 감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교부금 삭감 등 재정적인 페널티(벌칙)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3년 이후 모든 지자체는 복지제도를 신설·변경할 때 중앙정부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은 지자체가 정부 조정에 응하지 않더라도 제재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실효성이 없었다. 때문에 앞으로는 지자체가 정부 조정에 적극적으로 임하도록 교부금을 수단으로 삼아 복지 재정 효율화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복지 협의 절차가 교부금 등 재정과 연결될 경우 이 같은 과도한 복지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내년도 지자체 평가항목에 ‘복지 협의 절차 응대’ 항목을 새로 삽입할 계획이다. 평가 항목에서 감점되면 지자체는 교부금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행정자치부도 이날 ‘복지재정 효율화 지방 지원단’을 구성해 지자체의 유사·중복 사업을 조정하고 부정수급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우수 지자체와 공무원엔 금전적인 인센티브를 줄 계획이다.

○신규 복지 절반 ‘문제 있다’

정부는 지자체의 선심성 복지가 지나치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지자체가 신설·변경해 보건복지부와 협의한 복지 정책 81건 중 복지부가 원안을 수용한 것은 33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48건은 수용되지 않거나(19건) 추가협의 요청(16건) 또는 반려(6건)됐다.

그만큼 지자체 신설 복지 중 선심성 정책이 많았다는 뜻이다. 대부분 중앙부처가 시행하는 복지와 중복됐거나 다른 지자체와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졌다. 지자체 재정으론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돈이 많이 드는 경우도 있었다. 2013년엔 전체 협의 건수 61건 중 42건이 큰 문제가 없어 수용됐지만 지난해 수용되지 않은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예컨대 A도청은 100세가 된 노인에게 ‘장수축하금’으로 현금 100만원씩을 주려다 제동이 걸렸다. 노인 복지를 위한 사회보장 성격이 아니라 일시금 형태로 지급, 인기영합적 정책이라는 이유에서 였다. ‘영유아 무상의료’를 도입해 연간 9만7000원 범위 내에서 만 6세 미만 아이의 의료비를 지원하려 했던 B시도 자칫 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2006년에 정부가 한번 실시했다가 입원 건수 증가 등 부작용으로 1년 만에 폐지한 적이 있는 ‘실패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최근 성남시에서 도입한다고 발표했던 무상 산후조리원도 지난해 이미 C시에서 준비했지만 재정 효율성과 다른 지자체와의 형평성 문제로 불수용 결정이 나왔다.

시·도교육청도 감사원 감사 결과 육아휴직수당을 부정 지급하는 등 재정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립학교의 경우 명확한 근거 없이 사학재정 보조금을 과다하게 지급했거나, 학교법인의 기본 재산을 이사장이 사적으로 사용한 사례도 적발됐다.

○총선 복지 바람 또 불까

선심성 복지를 쏟아내는 와중에 지자체들과 시·도교육청의 재정은 점점 악화하고 있다. 대다수 지자체장이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재정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인기영합적인 정책을 내놓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복지정책 협의체 관계자는 “제대로 용역도 주지 않고 주변 지자체에서 한다고 따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재정 여건과 지속가능성이 확보되지 않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 민선 5기 지자체의 경우 지방세로 인건비도 충당하지 못하는 지자체가 125곳이나 됐다. 하지만 공무원 정원을 늘린 곳도 117곳이었다. 교부세 부당 사용이 적발돼 교부세를 감액하는 일도 늘고 있다. 지난해 교부세 감액 유형 중 ‘법령위반 과다 지출’이 222건이나 됐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 같은 선심성 정책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앞으로 지자체의 신설·변경 복지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협의 전문 회의체를 따로 만드는 등 지자체 복지사업을 관리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세종=고은이/이승우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