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이제까지 KTX 수출 실적이 전무하다는 보도다. 세계 각국은 전동차마다 엔진을 장착하는 동력분산식을 선호하는데, 정부가 맨 앞과 맨 뒤 열차에만 동력원을 두는 동력집중식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세계 시장에선 동력분산식이 이미 76%를 넘었다. 23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세계 고속철 시장에서 한국은 구경만 하고 있다.

특히 동력분산식 고속철을 정부 과제로 개발해 놓고도 정부가 안전 점검을 이유로 상용화 계획을 전혀 세우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한다. 수출을 위해선 자국 내에서 운영되고 있다는 경험치가 확정돼야 하는 만큼 정부가 수출길을 원천봉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로템은 2012년 최고 시속 430㎞인 ‘해무-430X’ 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지난해 4월에는 시속 250㎞급도 개발했다. 그러나 상용화 계획은 전혀 잡히지 않았고 이제까지 13만㎞ 넘게 시운전만 하고 있다. 정부는 “안전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동력분산식 고속철 상용화에 대해 논의해볼 수 있다”고 한가한 소리만 한다. 지구를 세 바퀴 넘게 돌아도 안전 평가를 안 해주면 어쩌라는 말인가. 안방 규제 때문에 세계 무대에 나가보지도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공무원들이 복지부동하는 사이 세계적인 프로젝트에는 참여도 못 하고 있다. 롬바르디아(캐나다) 지멘스(독일) 알스톰(프랑스) 등 선두 업체들이 대형 프로젝트 수주전에 사활을 걸고 있고 중국과 일본은 정상들까지 직접 나서서 고속철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7년여간 300억달러어치를 수출해 이미 1위가 됐다. 시진핑 주석은 작년 9월 인도와의 정상회담에서 고속철 사업에 2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MOU를 맺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4월 말께 미국 방문길에 캘리포니아에 들러 신칸센 영업에 나설 계획이라고 한다.

이런 거대한 경쟁에 눈 감고 한가롭게 안전 타령을 하며 수출길을 막고 서 있는 공무원은 대체 어느 나라 사람인가. 경제 장관들의 긴급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