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외교부 차관보 '현안 협의'

발언 수위 높이는 중국
"사드 한반도 배치는 정상적 국가이익 넘어서는 것"

고심 깊어지는 정부
"종합적 관점서 고려하되 우리가 판단할 문제다"
이경수 외교부 차관보(오른쪽)와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차관보가 16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경수 외교부 차관보(오른쪽)와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차관보가 16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과 중국은 16일 외교부 청사에서 차관보 업무회의를 열고 미국이 추진하는 ‘고(高)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국 배치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문제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지난 15일 방한한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차관보는 이날 이경수 외교부 차관보와 회의한 뒤 기자들과 만나 “사드 문제와 관련해 솔직한 대화를 나눴으며 중국의 생각을 한국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우려하는 부분을 한국이 고려해준다면 감사하겠다”며 “미국과 한국이 사드에 대해 타당한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고 했다. 사드 배치에 부정적 뜻을 드러낸 것이다.

◆“한국 배치시 경제 조치” 압박설

중국 외교부에서 한반도 및 아시아 업무를 담당하는 고위 인사가 공개적으로 사드 문제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중국은 외교부 대변인이나 주한 중국대사를 통해 비공식적으로 사드 문제를 얘기한 적은 있지만 공식적으로 반대의 뜻을 나타내지는 않았다. 발언 수위도 높아졌다. 류 차관보는 비공개석상에서 “한반도 사드 배치는 정상적인 국가 안보 이익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그동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사드 문제를) 신중하고 적절하게 처리하길 희망한다”고 요청한 것과 비교해 강도가 높아진 것으로 사실상 ‘압박’ 수준으로 평가된다.

중국은 한반도에 사드가 배치되면 중국 동부지역의 군사시설이 감시당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미국이 아시아 지역의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북한의 위협을 명분으로 사드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군이 사드 배치를 위한 부지를 물색한 사실을 시인하면서 사드 문제가 공론화되자 중국이 적극 대응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들어 주한 중국대사관 측이 사드 배치시 한국에 경제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협박성 발언을 하는 등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중국 측은 이날 한반도 정세와 자유무역협정(FTA) 등 현안을 논의한 뒤 사드와 AIIB 문제를 의제로 꺼내면서 우리 측에 5분 이상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부는 사드의 목적이 북한의 핵·미사일로부터 한국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중국의 이해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종합적 관점에서 고려하되 우리가 판단할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했다. 사드와 관련해 미국의 요청, 협의, 결정도 없다는 ‘3NO’ 입장에서 더 나아간 것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최근 “공식화 단계가 오면 중국과 얘기해야겠지만 주변국에 휘둘리지 않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국익을 우선하겠다는 뜻이다.

◆“경제 실익 등 검토해 결정”

류 차관보는 AIIB에 대해서도 한국의 참여를 거듭 요청했다. 그는 “AIIB 추진 현황을 설명했고 한국이 AIIB 창설 멤버가 되길 희망한다는 뜻을 다시 한번 표명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AIIB 가입에 따른 경제적 실익 요소나 지배구조 등 국제은행으로서의 요건을 검토해 결정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AIIB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10월 설립을 제안한 개발은행으로 아시아 개발도상국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는 창립 멤버로 가입할 수 있는 시한인 이달 말까지 AIIB 참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지만 미국이 반대한다는 점이 부담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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