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논의 필요하다"…靑 "정확히 알고 답할분 참석안해"

고(高)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를 둘러싼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미묘한 대립각이 15일 재차 확인됐다.

이달 말 의원총회를 열어 사드 배치 문제를 공론화하겠다고 공언한 새누리당과, 민감한 안보 이슈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청와대·정부의 기류가 복잡하게 뒤엉켜 이날 당정청 회의에서는 싸한 분위기까지 연출됐다.

당정청이 총리공관에서 제2차 정책조정협의회를 열고 국정의 주요 현안을 조율하는 자리에서다.

당에선 유승민 원내대표, 원유철 정책위의장과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가, 청와대에선 현정택 정책조정수석, 조윤선 정무수석, 안종범 경제수석이, 정부에선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우여 사회부총리,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이 참석했다.

회의 직후 조 수석부대표가 여의도 당사에서 브리핑을 해 최저임금과 북한인권법 등 당정청이 합의한 내용을 소개했다.

여기에 가장 관심을 끌었던 사드는 포함되지 않았다.

사드가 거론조차 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당은 사드 배치에 대한 당정청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나, 청와대가 사실상 당의 공론화 시도를 '무력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 정책위의장은 "북한 핵이나 미사일에 대한 대비 체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사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현 수석이 "이 자리에 계신 분 중에 이 내용을 정확히 알고 답변하실 분이 안 계시고, 아마 정부 측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답했다고 조 수석부대표는 전했다.

이날 회의 개최 3시간 전 김영우 당 수석대변인이 "정책조정협의회에서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항들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공식 브리핑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 결과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사드 배치 문제를 논의하고 싶지 않은 청와대가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된다"며 "논의할 생각이 있었다면 관계 장관이나 수석이 배석해 답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이 의원총회를 열어 사드 배치 문제를 논의하는 것까지 관여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 문제를 당정청 차원의 주제로 삼고 싶지 않다는 청와대의 확고한 의사가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청와대는 유 원내대표와 원 정책위의장 등 당 원내지도부가 최근 사드 배치를 연거푸 거론한 데 대해 공공연하게 거부감을 드러낸 바 있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지난 11일 브리핑을 통해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의 입장은 3NO(No Request, No Consultation, No Decision)"라며 "요청이 없었기 때문에 협의도 없었고 결정된 것도 없다"고 밝혔다.

당내에서도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윤상현 의원과 이정현 최고위원 등이 사드 배치 공론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드 배치 문제를 두고 이처럼 당 지도부와 청와대·정부의 대립각이 세워진 가운데 당내에서도 의견 충돌이 격해질 경우 안보 이슈를 넘어 여권의 정치적 힘겨루기로 흐를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현 수석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지난 1차 회의 결과 보도를 보니까 무게 중심이 당으로 옮겨갔다는 내용이 많았다"며 "아마 국회 옆에서 열어서 그런 것 같은데, 오늘은 청와대 바로 옆에서 하니까 중심이 좀 바로잡아지지 않을까 기대도 한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현 수석은 농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는 입장이지만, 이 농담을 들은 새누리당 참석자들은 "농담이었다면 꽤 가시가 있는 것이었다"며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류미나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