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일방적 요구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무법천지될 것"

정부가 조만간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 '북한의 임금인상 요구에 응하지 말아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할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8일 "북한의 일방적인 임금 인상 통보와 관련해 기업들에 공문을 통해 정식으로 정부의 지침을 전달할 예정"이라며 "남북 합의 없는 북한의 요구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맥락에서 공문이 작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문에는 3월분 임금을 인상하지 않은 채 종전대로 지급해 달라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의 3월분 임금은 4월 10∼20일에 지급된다.

기업들이 정부의 지침대로 임금을 인상하지 않고 지급할 경우 북한은 이에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통일부와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단 간의 5일 대책회의에서는 유사시 남북경협보험금 지원 방안도 논의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 지침에 따라 기업들이 임금인상에 응하지 않으면 북한이 온갖 수단을 동원해 기업들을 압박할 것"이라며 "결국 사업이 불가능한 사태에 이르면 정부가 경협지원금으로 퇴로를 마련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요구가 기업들로부터 강하게 나왔다"고 말했다.

경협보험금은 개성공단 등 북한에 투자하다가 손실을 본 기업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로, 보험금이 지급되면 기업은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정부에 넘기게 된다.

보험금 지원은 공단 폐쇄를 위한 수순으로 여겨지는 조치로, 지난 2013년 개성공단 장기가동 중단 사태 때 59곳에 1천761억원의 경협보험금이 지급된 바 있다.

당시 우리 정부가 경협보험금 지급 결정을 내린 직후 남북은 개성공단 재가동에 합의한 바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일방적 요구를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북한은 앞으로 모든 법과 규정을 입맛에 맞게 다 뜯어고칠 것"이라며 "법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무법천지가 되니 우리로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달 24일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의 월 최저임금을 3월부터 70.35달러에서 74달러로 인상한다고 우리 측에 일방 통보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강한 유감과 함께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며 임금 문제 등을 논의할 공동위원회를 오는 13일 열자고 제안했지만 북한은 응하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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