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피습이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 미칠 영향을 두고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북한이 이번 사건을 두고 '응당한 징벌'을 운운하면서 미국의 대북인식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이며, 남북 민간 교류의 중추였던 민족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의 활동 위축이 예상돼 남북관계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리퍼트 대사의 피습 소식에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반응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전쟁광 미국에 가해진 응당한 징벌'이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미국을 규탄하는 남녘 민심의 반영이고 항거의 표시"라고 주장했다.

테러나 다름없는 피습 소식에 한국과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가 안타까워하는 상황에서 나온 이 같은 반응은 북한의 이미지를 더욱 추락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리퍼트 대사는 민화협이 주최한 행사에서 공격을 당하면서 홍사덕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이 사의를 표명하는 등 민화협도 큰 위기에 몰렸다.

민화협은 1998년 '민족화해협력과 평화통일'을 기치로 정당, 종교, 시민사회단체, 기업 등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각계 단체들이 모여 출범한 협의체로, 남북 민간교류의 중심 역할을 맡아 왔다.

민화협은 올해도 6·15 공동선언 15주년을 맞아 남북 공동 문화행사와 협력사업들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최근 밝힌 바 있는데 이번 사건으로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남북 당국간 협의가 꽉 막힌 상황에서 민간 교류를 통해 분위기를 만든 뒤 남북관계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일각의 기대도 실현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한미 군사훈련이 끝나면 남북 민간단체 간에 6·15 행사와 8·15 행사를 어떻게 치를지 의견이 오갈 것으로 예상됐는데 준비에 영향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범인 김기종씨가 추후 조사에서 북한에 경도됐다는 점이 확인되고 행여나 관련돼 배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면 남북관계에는 커다란 악재가 될 수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일로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을 놓고 남남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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