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아마게돈보다는 중간 이하 규모의 지속적 사이버공격이 현실적"

북한이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 같은 기존의 대량파괴무기(WMD)는 물론 사이버안보 측면에서도 미국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분석했다.

클래퍼 국장은 26일(현지시간) '미국에 대한 전 세계의 위협요인'을 주제로 열린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사이버 분야에서 "러시아와 중국, 북한, 이란이 테러범들과 함께 잠재적인 적대 세력"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과 이란이 러시아나 중국에 비해 (사이버공격의) 기술 수준은 낮다"면서도 "지난해 발생한 라스베이거스 샌즈에 대한 이란의 사이버공격은 북한의 소니 해킹 사건과 더불어 이들 두 나라가 의도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사이버 적대행위를 할 수 있음을 보였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10일 카지노 기업인 '라스베이거스 샌즈'의 컴퓨터 시스템을 마비시킨 사이버 공격 배후에 이란이 있다고 미국 정부가 밝힌 것은 처음이다.

클래퍼 국장은 최근 국가기반시설을 겨냥한 대규모 사이버 공격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선 "미국의 사회기반시설 전체를 망가뜨릴 '사이버 아마게돈' 시나리오와 다른 양상의 사이버공격을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간 또는 낮은 규모의 피해를 야기하는 사이버공격이 여러 곳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미국의 경제적 경쟁력이나 국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비용이 누적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군사위원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북한의 WMD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는 미국과 동아시아 안보환경의 심각한 위협"임을 재확인한 클래퍼 국장은 "북한은 2013년 3차 핵실험 이후 자신들의 핵시설을 재정비, 재가동하겠다고 공언했으며, 그에 따라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대해 클래퍼 국장은 "지난해 약 40일간 김정은이 공식석상에 등장하지 않아 전 세계 언론들의 추측이 난무했던 일은 북한 정권의 안정성이 김정은 개인의 상태에 좌우됨을 상기시켰다"는 의견을 보였다.

그는 이어 "북한이 외교적 접근을 위한 새로운 노력을 하고 있지만 지난해 소니 해킹 사태에서 알 수 있듯 김정은 정권은 자신들의 목적 달성을 위해 국제사회에 대한 도발과 위협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클래퍼 국장은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대응과 관련해 터키가 적극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면서 터키 정부로서는 IS와의 전투보다는 쿠르드족 야권이나 국가 경제가 더 우선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터키 정부의 이같은 입장 때문에 IS에 합류하려는 외국인들이 터키를 통해 시리아로 들어가는 것을 묵인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중동 국가가 미국 주도의 '반(反) IS' 국제동맹에 가담하는 것을 꺼리고 있지만, IS의 잔혹 행위로 중동 지역 여론이 악화하면서 미국과 정보를 공유하는 나라가 늘어나는 등 미국에 협력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클래퍼 국장은 우크라이나 동부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과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목표가 우크라이나 전부를 장악하려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푸틴은 크림반도로 이어지는 지역과 마리우폴의 항구를 포함하는 우크라이나 동부 2개 주로 구성된 온전한 독립지역을 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시아계 반군들이 봄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마리우폴 공격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워싱턴·서울연합뉴스) 김세진 특파원 이유미 기자 smile@yna.co.kr, gatsb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