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이 가회동 공관 1층 응접실에서 책과 관련된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강경민 기자
박원순 시장이 가회동 공관 1층 응접실에서 책과 관련된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강경민 기자
지난 26일 오후 서울 가회동 재동초등학교 뒤편의 북촌한옥마을. 북촌길을 50m가량 올라가니 주변 한옥과 달리 건물 2~3층 높이로 하얀 담장이 쳐진 집이 눈에 띄었다. 담장 오른편 대문을 지나 계단을 올라가니 2층 규모의 현대식 주택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 8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사한 서울시장 공관이다.

박 시장은 33년간 시장 공관으로 사용하던 혜화동 공관을 서울성곽 보존을 위해 비운 뒤 2013년 은평뉴타운에 임시로 살다가 가회동 공관으로 이사했다. 공관 전세금이 28억원에 이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호화공관’ 논란을 빚었다. 박 시장은 이날 시청 출입기자들에게 새 공관을 처음 공개했다.
서울 가회동 서울시장 공관 전경. 서울시 제공
서울 가회동 서울시장 공관 전경. 서울시 제공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여 주변의 다른 집을 압도하는 외관에 비해 내부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가회동 공관의 대지 면적은 660㎡로, 옛 혜화동 공관(1628㎡)의 40% 정도다. 마당은 아직 잔디를 심지 않아 흙밭으로 남아 있었다.

공관 1층엔 각 33㎡(약 10평) 규모의 회의실과 응접실, 부엌이 있다. 회의실과 응접실에 마련된 서재엔 책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박 시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일일이 공관 내부를 설명하면서 각각의 책에 얽힌 일화를 소개했다. 박 시장은 1985년 서울노동운동연합(서노련) 재판 변론문을 보여주며 당시 구속됐던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변호를 맡았던 일을 설명했다. 그는 또 1990년대 참여연대 사무처장 시절 자신이 기초한 특별검사제 법안에 대한 자료를 보여주기도 했다.

박 시장 부부의 침실과 개인 용도로 쓰는 2층은 공개하지 않았다. 서울시에 따르면 2층은 5~7평가량의 방 5개가 있다. 그는 공관 내부를 공개한 뒤 기자들에게 “여기가 정말 황제공관, 대권명당 같으냐”고 질문한 뒤 “명당은 명당인 게 여기 온 순간부터 (대선 후보) 지지율이 떨어져 서울시정에 전념할 수 있으니 최고의 명당”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최근 불거진 호화공관 논란을 의식한 듯 “이렇게 욕먹을 줄 알았으면 혜화동 공관에 그냥 있을 걸 그랬나 하는 생각마저 했다”며 “가회동 공관 100m 옆에 있는 백인제 가옥도 돈을 새로 안 써도 되기 때문에 들어갔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앞서 서울시는 백인제 가옥을 새 시장 공관으로 검토했지만 문화재 훼손 등을 우려해 백지화했다.

박 시장은 “은평뉴타운에선 시청까지 거의 1시간 걸렸는데 가회동에 오니 10분이면 도착한다”며 “긴급 상황이 생기면 바로 시청에 닿을 수 있어 편리해졌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