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터진 국수 먹는 우리 경제가 불쌍"
박근혜 대통령(사진)은 “지난해 부동산 3법이 어렵게 통과됐는데 비유를 하자면 이는 퉁퉁 불어터진 국수”라며 “이런 불어터진 국수를 먹고도 힘을 차리는 우리 경제가 불쌍하다고 생각한다”고 23일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불어터진 국수를) 먹고도 경제가 꿈틀꿈틀 움직이면서 활성화되고 집 거래도 많이 늘었다고 하는데, 불어터지지 않고 좋은 상태에서 먹었다면 얼마나 힘이 났겠나”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제때 제때 (국수를) 먹일 수 있도록 중요한 경제활성화 법안을 힘을 합해서 통과시키도록 해야한다”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또 “(경제활성화 법안 중에는 제출된 지) 1년이 넘은 것도 많이 있다”며 “1년이 넘도록 통과가 불확실한 정책들을 하나하나 살펴서 결과를 도출해 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주택법,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법 개정안 등 부동산 3법이 지난해 12월29일에야 본회의를 통과했다”며 “이들 법안이 제때 처리됐으면 부동산 경기가 더 활성화됐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드러내면서 국회에 계류돼 있는 경제활성화 법안을 제때 통과시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불어터진 국수’라는 표현을 동원하면서까지 경제활성화 법안의 조기 처리를 강조한 것은 올해 경제활성화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박 대통령은 “올해 국정운영은 경제활성화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며 “그동안 다져온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틀을 바탕으로 조금씩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경제활성화의 불꽃을 살리는 데 우리의 모든 정책적 역량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지난 2년은 경제혁신과 국가혁신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힘을 기울여왔는데, 골조를 세운 기간”이라며 “이제는 그 위에 벽돌을 쌓고 건물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의 ‘디테일’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정책에 있어 세밀함과 협업이 중요하다”며 “디테일 부등식은 100 빼기 1은 99가 아니라 제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정책 취지는 좋지만 작은 실수 또는 정책 간 상충이 정부 신뢰를 훼손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작은 실수가 전체를 망가뜨릴 수 있다며 부처 간 정책 혼선을 질타한 것이다.

그 해결책으로는 부처 간 협력과 당·정·청 간 협의 강화를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정책 실행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해 부처 간 협업을 강화하고, 정책 추진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요인이나 상충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필요한 시뮬레이션도 충분히 해 정책의 정합성을 유지하는 데 각별히 신경 써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새로 신설하는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와 고위 당·정·청 회의 등을 최대한 활용해 의견을 조율하고 정책 추진 상황을 여기서 관리해나가기를 바란다”며 “정책조정협의회 가동을 계기로 당·정·청이 국정의 공동 책임자라는 인식을 갖고 한몸처럼 움직여 국민의 삶에 변화를 이끌어내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