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여론조사 제안 역풍도 '원내해결'로 굳힌 요인

새정치민주연합이 16일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표결에 전격 참여한 것은 야당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온 '발목잡기' 이미지 탈피를 염두에 둔 결정으로 풀이된다.

지난 8일 전당대회에서 탄생한 문재인 대표 체제가 과거 구태를 벗고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수권정당에 다가가고 있음을 알리기 위한 의도에서다.

유은혜 대변인은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표결 참여 결정은 당의 달라진 모습으로 봐야 한다"며 "정치적 현안과 관련해 의회 내에서 힘이 없다보니 장외투쟁이나 보이콧을 되풀이했지만 이제는 좀 더 유연해지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대변인은 "문 대표가 '유능한 경제정당이 되자'고 이야기했는데 그런 부분을 의회 내에서 책임있게 해나가는 방향에서 내린 결정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간 새정치연합이 중요한 의사결정의 고비 때마다 당내 강경 소장파들의 목소리에 밀려 애초 당론이 뒤집히거나 원내 의사일정의 보이콧으로 치닫던 과거 사례와 비교하면 확실히 달라진 기류다.

형식상으로는 백지 상태에서 벌인 의원총회 논의를 거친 결정이지만, 당 지도부와 원내지도부가 전날까지 심야 비공개 회의를 통해 '본회의 참석 후 표결'로 사실상 가닥을 잡았다는 말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문 대표 취임 후 당 지지율이 30%대를 회복하고, 문 대표 개인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도 고공행진 중이라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가 문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자는 쪽으로 당내 여론을 몰고 간 것으로도 분석된다.

의총에서 아예 표결에 불참하자는 의견도 일부 나왔으나, 별다른 잡음 없이 표결 참여로 당내 여론이 결집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또 본회의 표결을 보이콧할 경우 이 후보자의 고향인 충청 유권자들을 적으로 돌리게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승부의 열쇠를 쥔 충청권 표심을 염두에 두고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나 다름없는 표결 참여로 기운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새정치연합 충청권 의원들은 의총에서 이 후보자에 대한 반대의 뜻을 분명하게 하면서도 표결에는 참여해야 한다는 뜻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대표 경선과정에서 '호남총리' 발언으로 충청권에 꼬투리가 잡힌 문 대표로서도 대선까지 내다볼 경우 충청권 유권자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 대표가 지난 13일 '여야 공동 여론조사'라는 깜짝카드를 제시했다가 대의민주주의를 무시한다는 비판에 직면한 것을 의식해 이번에는 더욱 의회주의의 틀을 지키려고 노력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문 대표의 한 측근 인사는 "지도부로서 이번 건에 대해 제1야당으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의견을 수용한 것"이라며 "충청 민심도 반영하고 고려했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표결에 참여했다가 야당 내 이탈표가 확인될 경우 리더십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으나, 새정치연합 의원 124명이 참석한 가운데 반대표는 그보다 많은 128표가 나와 결과적으로 '신의 한수'가 될 수 있었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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