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오른쪽)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오른쪽)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지도부가 현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철회를 주장하고 나섰지만 해법은 제각각이다. 복지 수준을 어느 정도로 할지, 증세는 어떻게 할지를 놓고 지도부 내 의견도 다르다. 해법도 추상적일 뿐 구체적이지 않다.

당내 정책통 의원들 사이에선 “지도부가 책임지지 못할 정치적 구호를 던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 축소냐, 증세냐’의 문제는 단순 이분법적으로 접근할 이슈가 아닌 데다 표 앞에선 언제든지 접을 수밖에 없는 구호인데, 정치적 수사(修辭)로 남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고위원들, 김무성 대표 두둔

[복지 축소 vs 증세…엇갈리는 與] "복지 구조조정이 먼저"라는 金…"증세 논의 시작하자"는 劉
4일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선 전날 김무성 대표의 연설이 화제가 됐다. “증세 없는 복지는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며 정부와 청와대를 비판한 연설을 두고서다.

최고위원들은 너도나도 “김 대표가 복지와 증세 문제를 잘 지적했다”고 두둔했다. 하지만 정작 증세 없는 복지를 철회한다면 그 후에는 어떻게 할지에 대해선 논의가 없었다. 단지 “공개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원론뿐이었다.

새누리당의 한 정책통 의원은 “증세 없는 복지를 공격했지만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은 자신 있게 얘기하지 못하고 있다”며 “누구나 얘기할 수 있는 총론적인 정치적 수사만 있을 뿐 각론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지난 3일 국회 연설에서 “복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복지 지출 축소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일각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으로 시작된 무상보육 등 무상복지를 손질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지만, 이 점에 대해 방향이 불분명한 데다 지도부 간 생각도 다르다.

◆서로 다른 지도부 주장

김 대표가 언급한 ‘복지 구조조정’이 직접적인 복지 축소를 의미한다면 사실 여당으로선 가장 먼저 손댈 수 있는 것이 무상복지다.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대다수에게 복지 혜택을 주는 기초연금이나 무상보육, 무상급식 등이 대상이다. 새누리당은 이미 무상급식 및 무상보육과 관련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있으며 3월 말께 대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경우에 따라선 기초연금 수혜대상(현재 소득 하위 70%)을 줄이거나 무상보육·급식 대상자를 축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유승민 원내대표 생각은 차이가 있다. 유 원내대표는 복지 수준을 지금보다 늘려야 한다는 관점을 갖고 있다. 그는 지난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령화 속도와 성장률 추이를 감안하고 양극화 해소도 달성하려면 ‘중부담-중복지’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적 수사만 난무

김 대표는 ‘복지 구조조정’을 언급했지만 구조조정이 구체적으로 뭘 의미하는지는 모호하다. 김 대표는 “복지 지출의 중복과 비효율을 없애야 한다”고 설명했지만 이 정도라면 복지 축소와는 거리가 있다. 여당 관계자는 “김 대표의 복지 구조조정은 복지 지출을 줄이자는 것보다는 전달체계 과정에서 낭비되는 지출을 줄여보자는 것”이라며 “선거가 없는 해라지만 표를 깎아먹는 복지 축소를 당 대표가 어떻게 주장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지출의 중복과 비효율을 없애자는 것은 현 정부도 줄기차게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라며 “이를 복지 구조조정이라고 표현한다면 정치적 수사와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유 원내대표도 ‘중부담-중복지’가 가야 할 방향이라고 얘기하면서도 증세를 추진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증세론자가 아니다”며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정책통 의원들도 엇갈려

지도부가 제시하는 해법에 대한 당내 정책통 의원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이한구 의원은 “중부담-중복지는 세금 올려서 복지를 늘리자는 것인데, 우리나라 경제구조에서는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라며 “복지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지 덜컥 법인세도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있다고 얘기하면 경제 방향 자체가 꼬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석훈 의원도 “아직은 세금을 걷지 않고도 공약에서 제시한 복지를 맞추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증세 논의보다는 어떻게 하면 경제를 빨리 활성화해 세수를 늘릴 것인가에 대한 대안을 찾는 데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나성린·이종훈 의원 등은 “박근혜식 증세가 한계에 도달했으니 증세를 본격 논의해야 한다”며 “무상복지도 손보고 증세도 진지하게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태/조수영/은정진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