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K·Y 수첩 논란' 행정관 전격 면직
청와대는 14일 소속 행정관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비선실세 국정개입 문건유출 사건의 배후로 지목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파문이 급속히 커지자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파문의 당사자인) 음종환 행정관이 사표를 제출함에 따라 곧 면직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이날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음해”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이 문제로 당청 간 갈등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자 봉합에 나선 것이다.

전날 ‘청와대 문건파동 배후는 K, Y’라는 김 대표의 수첩 속 메모가 알려진 뒤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이 지난달 술자리에서 음 행정관이 문건 유출 배후로 김 대표와 유 의원을 지목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발생한 지 하루 만에 그를 면직처리하기로 한 것이다. 음 행정관은 공직기강비서관실 조사에서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고, 사실무근”이라고 적극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와대는 파문이 더 이상 확산되면 국정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음 행정관에 대해 속전속결식 조치를 취했다.

특히 세간의 의혹을 받았던 ‘십상시’ 멤버로 거론됐던 음 행정관이 문건 파문과 관련해 거듭 구설에 오른 것 자체만으로도 청와대에는 상당한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음 행정관은 이날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지만 공직자로서 적절치 못한 처신으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책임을 지고 그만두겠다”고 사표를 제출했다.

하지만 문건 배후 발언을 놓고 이 전 위원과 음 행정관 사이에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어 파문이 조속히 가라앉을지는 미지수다. 언젠가 계파 갈등이 고조될 때 이 문제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당내에서 나온다. 한 당직자는 “이 문제는 당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 간 갈등과 맞물려 휴화산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위원은 “지난해 12월18일 저녁 술자리 모임에서 음 행정관이 (김 대표와 유 의원을 배후로 지목하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은 지난 6일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 결혼식 뒤풀이 자리에서 이 같은 내용을 김 대표에게 전달했다.

이에 음 행정관은 “김 대표와 유 의원이 문건 유출 배후라는 얘기는 전혀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그는 “술을 마신 날은 박관천 전 행정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던 날이었는데 박 전 행정관의 배후는 조응천 전 비서관이라고 했다”며 “조응천은 (국회의원) 뱃지 달려고 혈안이 돼 있는 인물이다. 그래서 유 의원을 만나고 다니고 김 대표에게 들이대는 사람이라고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당시 술자리에 함께 있던 손수조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청년위원은 이 전 위원의 주장을 부인했다. 손 전 위원은 “동석한 나와 신용한(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장)은 그런 얘기(김무성·유승민 배후설)를 듣지 못했다”며 “음 행정관과 이 전 위원 둘이 그런 얘기를 나눴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날 내 귀엔 전혀 들리지 않았다”고 했다.

음 행정관은 대표적인 ‘친박계 보좌관’ 출신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김 대표와 유 의원에게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제기됐다.

도병욱/은정진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