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위 타결된 '김영란法'] 민간까지 적용, 위헌 논란…"100만원 넘는 경조사비 형사처벌"
세월호 참사 이후 공직사회 개혁 방안으로 주목받았던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지난 8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안소위 심사를 거치면서 법 적용 대상이 공직자뿐만 아니라 사립학교 교직원, 모든 언론사 종사자 등 민간 영역으로까지 확대됐다.

과잉 입법으로 인한 위헌 소지와 함께 민간 규제로 변질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 원안의 일부 수정에도 불구하고 법 적용 기준이 여전히 포괄적이고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Q&A를 통해 김영란법의 현실 적용 사례와 궁금한 점을 알아본다.

▷형법상 뇌물죄와 김영란법의 금품 수수 금지 규정에는 무슨 차이가 있나=형법상 수뢰죄가 성립하려면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인정돼야 한다. 이 부분이 입증되지 않으면 식사, 술 등 향응은 물론 금품을 받아도 처벌할 수 없다. 하지만 김영란법은 동일인으로부터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한 공직자에 대해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을 따지지 않고 형사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학계 일각에서는 현행 형법과 김영란법의 충돌 등 법리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금품수수 금지 조항 관련 금품에는 돈 말고 무엇이 해당되나=돈을 포함해 유가증권 부동산 숙박권 회원권 초대권 관람권 할인권 등 재산적 이익을 줄 수 있는 것들이 포함된다. 음식 주류 골프 등의 접대·향응은 물론 교통 숙박 등의 편의 제공과 채무 면제, 취업 제공, 이권 부여 등 무형 물권도 금품의 범위에 해당한다.

▷공직자 A씨의 아내가 지인 B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경우 아내가 형사처벌 대상이 되나=김영란법은 공직자뿐만 아니라 공직자 가족이 직무관련성이 있는 금품을 받았을 경우(1회 100만원 초과 또는 연간 300만원 초과. 100만원 이하는 과태료)도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다. A씨 업무가 B씨의 직무와 연관성이 있을 경우 아내가 금품을 수수하면 처벌받는데, 처벌 대상은 아내가 아니라 해당 공직자인 A씨가 된다. 단, 아내의 금품 수수가 A씨와의 직무관련성 없이 단순 사교나 격려 차원의 목적이었다면 처벌받지 않는다.

▷중앙부처 차관이자 세종시에 거주하는 형부를 둔 처제 A씨(제주시 거주)가 친구에게 10만원짜리 스카프를 선물받았다면 처벌 대상이 되나=김영란법이 규정하는 공직자 가족의 범위는 민법상 가족이다. 이에 따라 배우자와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 및 배우자의 직계혈족, 배우자의 형제자매가 그 대상이 된다. 처제 C씨는 배우자의 직계혈족이지만 현재 생계를 같이하지 않고 따로 살고 있기 때문에 민법상 가족에 해당하지 않는다. 때문에 처벌 대상이 아니다.

▷개인사업을 하는 A씨가 대학 동기이자 친구인 중앙부처 5급 공무원 B씨에게 결혼 선물로 100만원이 넘는 냉장고를 사줬을 때는 어떻게 되나=금품 수수 금지 예외 조항으로 경조사비 등이 포함돼 있다. 다만 경조사비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의 상한선은 추후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된다.

이에 대해 박계옥 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국장은 “대통령령으로 정할 문제지만 100만원이 넘는 과도한 선물은 소액 금품 수수에 해당하지 않아 처벌 대상이 될 것”이라며 “10만원 정도의 축의금은 사교나 의례 목적의 경조사비이기 때문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영란법과 별개로 올해 12년째를 맞고 있는 ‘공직자 행동강령’에 따르면 공직자들이 받을 수 있는 접대비 상한선은 3만원, 경조사비 상한선은 5만원으로 정해져 있다.

이정호/은정진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