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적으로는 북중관계 악화되고 인권문제 부상

북한이 장성택을 처형했을 당시 북한의 사회적 동요가 이어지고 정치적 불안정이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1년이 지난 현재 김정은 체제는 매우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중심으로 하는 유일영도체제가 강화했고 최룡해 노동당 상무위원,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등 새로운 실세들이 권력 핵심부에 공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또 퍼스트레이디 리설주를 공개한데 이어 여동생인 김여정이 노동당 부부장으로 급부상하며 혈육정치도 본격화됐을 뿐 아니라 사회주의 국가의 전형인 노동당 위주의 정치도 부활했다.

특히 장성택의 조직이었던 당 행정부가 당 조직지도부로 흡수되면서 이원화돼 있던 감찰업무가 조직지도부로 통합돼 잠재적 대항세력의 등장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게 됐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11일 "장성택 처형 이후 강압에 의한 것이든, 동의에 기반을 둔 것이든 김정은 유일지배체제가 더욱 공고화한 것은 사실"이라며 "김정은 체제는 현재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체제의 안정에는 장성택 처형을 계기로 시작된 사회적 숙정작업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장성택 처형 이후 문경덕 평양시당 책임비서, 리영수 당 근로단체 비서 등 이른바 장성택 라인도 줄줄이 사라졌고 잔재 청산작업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8, 9, 10월 중앙 및 지방간부 숙청 과정이 있었다"며 "죄목도 여러 가지로 반혁명 종파분자 이런 식으로 죄목을 단 것도 있고, 어떤 것은 개인 비리, 부패 이런 식으로 처리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장성택이 재판에서 동원하려고 했다고 진술한 '이전 시기 임명된 인맥관계에 있는 군대 간부'도 줄줄이 2선으로 후퇴했다.

김영춘, 현철해, 김명국, 리명수, 박재경 등 김정일 시대를 주름잡았던 군 원로들이 대표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고위층 출신 탈북자는 "김정은 체제가 일단 외형적으로는 공포정치 등을 통해 안정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외압에 의한 안정은 권력 엘리트의 동요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장성택 처형 후 내부적으로는 비교적 안정적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지만, 대외적으로는 불안정성이 높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친중인사로 분류되며 북중간 경제협력사업을 책임져온 장성택의 처형으로 북중관계가 최악의 상황이다.

북중간에는 고위급 인사의 교류가 사실상 중단됐고 나진이나 황금평 특구 사업은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고모부인 장성택의 처형은 국제사회에 북한 인권문제를 부각하는 계기가 되면서 외교적으로 북한을 수세국면으로 몰아넣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장성택 처형 사건은 국제사회에 북한과 김정은 체제에 대한 이미지를 만드는 데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앞으로 북한의 인권문제가 뜨거운 쟁점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장성택 처형은 북한 외교에 마이너스 요인이 된 셈"이라고 진단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