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왜 직간 못하나…아닌건 아니라고 대통령에게 해야"
野 개헌특위 주장에 이완구 "우리 죽으란 말이냐" 펄쩍


국회에서 10일 열린 여야 대표·원내대표 '2+2' 연석회의는 한 시간 10분여만에 굵직한 합의문을 내놓고 속전속결로 마무리됐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과 우윤근 원내대표는 예산안을 제 때 통과시킨 공을 서로 치켜세운뒤 곧바로 본협상을 시작, 사실상 한시간 만에 자원외교 국정조사와 공무원 연금 국회특위 구성을 주고받는 '빅딜'을 일사천리로 성사시켰다.

세월호 정국 때부터 물밑 교감으로 고비를 넘겨온 김 대표와 문 위원장이 다시 투입된 만큼 원만한 합의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애초부터 우세했고, 실제 협상 분위기도 대체로 무난했다고 여야는 전했다.

새누리당은 발등의 불인 연금 개혁에 대해 굳이 시기를 못박지 않았고, 새정치연합도 청와대 '비선실세' 문제에 대해선 일단 논의를 미루는 등 휘발성 강한 이슈는 유보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여야는 모두 겉으론 만족감을 표했다.

김 대표는 회동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정치는 만나면 합의다.

좋은 만남이었다"며 흡족해했고, 우윤근 원내대표는 "화기애애까지는 아니지만 할 말을 허심탄회하게 했다"고 말했다.

물론 협상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초반에는 새누리당이 '사자방(4대강사업·자원외교·방위산업)' 국조를 받을 수 없다고 맞선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이 국조 합의가 되지 않으면 자리를 박차고 나서겠다고 배수진을 치면서 공무원 연금 특위 구성과 함께 일괄 타결이 이뤄졌다고 한다.

이어 이완구 원내대표가 "국조 '먹튀'하는 것 아니냐. 공무원 연금 개혁 날짜를 못박아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새정치연합이 불가능하다고 맞서면서 다시 고비를 맞았지만, 김무성 대표가 "큰틀에서 합의하자"고 중재해 넘어간 것으로도 전해진다.

청와대 문건 사건 및 국회 개헌특위 구성을 놓고는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특히 문희상 위원장이 "김기춘 비서실장이든 '문고리 3인방'이든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조기에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며 새누리당에 대해서도 "왜 직간을 하지 못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새정치연합 유기홍 대변인이 전했다.

문 위원장은 또 "여당이 밤낮 각하각하나 하면 국민이 여당을 믿겠느냐"며 "대통령에게 이건 아니라고 이야기해야 한다"며 지난 7일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오찬 당시 '각하' 호칭을 사용했던 이 원내대표를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직간(直諫)은 임금이나 웃어른에게 잘못된 일을 직접 고하는 것으로, 이른바 '오간(五諫)'의 하나다.

새정치연합은 그러나 청와대 문건 사건에 대해선 운영위 소집을 강하게 요구한 이외 별다른 조치는 요구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문 위원장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국조를 할 것은 아니다"며 청와대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비선실세 문제는 나오지 않았다"며 말을 아꼈다.

김무성 대표는 "협상 때 있었던 이야기는 밖에서 하지 않는 것"이라고 입을 닫았고, 이완구 원내대표는 "야당이 주장했지만 받을 수가 없었다"고 분위기를 에둘러 전했다.

국회 정개특위 및 개헌특위 구성을 놓고도 우윤근·이완구 원내대표가 맞붙었다.

우 원내대표가 "국회의원 150명 넘게 찬성하는데 개헌특위 구성에 왜 청와대 눈치를 보느냐"며 목소리를 높이자, 이 원내대표가 "지금 당내 사정이…우리 보고 죽으라는 것이냐"며 격하게 반발했다고 한다.

한 배석자는 "이 원내대표가 경기를 일으켰다"고 했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김경희 기자 kyung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