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집권 3년…격랑의 북한경제
(5)·끝 김정은의 딜레마

1인 GDP 1천~3천弗…독재자에 위험한 구간
中지원도 예전같지 않아

시장화·공포정치 병행…'줄타기' 언제까지 할지…

취재팀장 노트 - 조일훈 경제부장 jih@hankyung.com
< 건설중인 신두만강대교 > 지난 북·중 무역의 거점인 중국 훈춘과 북한 원정리를 잇는 신두만강대교 건설 현장. 기존 취안허대교(빨간색) 바로 옆에 교각(하얀 기둥)을 세워놓은 모습이 보인다.

< 건설중인 신두만강대교 > 지난 북·중 무역의 거점인 중국 훈춘과 북한 원정리를 잇는 신두만강대교 건설 현장. 기존 취안허대교(빨간색) 바로 옆에 교각(하얀 기둥)을 세워놓은 모습이 보인다.

성장하면 무너지는 독재권력…北, 경제재건·체제유지 갈림길 서다

경제 성장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양날의 칼이다. 주민들의 피폐한 삶을 개선하는 것이 권좌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경제난이 해소되는 순간 분출하게 될 민주화·자유화에 대한 요구는 끔찍한 재앙이다.

성장하면 무너지는 독재권력…北, 경제재건·체제유지 갈림길 서다

개발도상국의 어느 독재정권도 이런 흐름을 비껴가지 못했다.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 1177달러(2004년) 시절에 대통령 직접선거를 쟁취했고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축출된 2011년의 이집트 1인당 GDP는 2930달러였다. “먹는 문제는 1000달러, 의식주는 3000달러를 넘어서면 어느 정도 해결됩니다. 독재자에게 가장 위험한 변곡점들이죠.”(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고문)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화에 대한 요구가 들끓었던 1980년 ‘서울의 봄’ 시절 1인당 GDP는 1687달러였다. 이 수치가 두 배로 올라선 1987년(3445달러), 전두환 정권은 국민들 앞에 무릎을 꿇었다.

북한의 1인당 GDP는 오리무중이다. 소득기준으로는 600~1800달러의 스펙트럼 넓은 추정치가 나돌고 있다. 2011년 이후 경제사정이 호전되고 있다지만 주민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워낙 바닥권을 헤매고 있는 만큼 작은 모멘텀으로도 단기 고성장이 가능할 수도 있다.

관건은 김정은의 선택이다. 신뢰기반을 갖춘 대외개방 정책의 시행, 장마당으로 대변되는 시장의 확대와 생산시스템 효율화가 뒷받침된다면 새로운 성장의 기틀을 마련할 수도 있다. 재정도 좋아질 것이다. 대규모 인력송출을 통한 외화벌이나 마약 매춘 등과 같은 불법 해외사업들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주저없이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시장 활성화는 역설적으로 통제력 상실을 동반한다. 배급제의 몰락은 이미 전통적 통치기반의 약화를 가져오고 있다. 주민들은 스스로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세뇌정치, 우민화 정책의 약발도 오래갈 수가 없다. 돈맛을 본 주민들, 달러와 위안화를 감추는 사람들, 시장에 기회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그렇다.

김정은은 그 속도를 최대한 통제하려 할 것이다. 극히 제한된 영역에서 경제적 자유를 허용하되 이 자유가 다른 분야로 전이되지 않도록 강력하면서도 선제적인 차단을 해나갈 것이다. 장성택 처형과 같은 극약처방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는 얘기다.

불과 30세의 나이로 언제까지 이 아슬아슬한 긴장을 버텨낼 수 있을까. 경제 성장과 공산당 독재를 동시에 구현하고 있는 중국 모델도 연구했을 터. 하지만 중국과 같은 과감한 대외개방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촘촘하게 얽어놓은 주민 상호감시 체제가 단박에 무너질 수 있다. 중국이 성공한 체제 수호와 개혁·개방은 북한에 적용하기 어렵다. 내수시장을 보고 달려들 외국인 투자자도 없다.

거의 유일한 우방, 중국이 김정은 체제에 살가운 지지를 보내지 않고 있는 것도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지금으로선 시진핑 국가주석이 당장 김정은을 만날 것 같지 않다.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은 다르다. 미국과 함께 G2로 올라선 나라의 최고 지도자가 3대째 세습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새파란 젊은이와 정상회담을 갖는다? 그게 중국의 국격에 맞지 않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침묵은 의외로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통일 대박론’을 펼치고 있는 한국과 선뜻 손을 잡기도 어렵다. 한국과의 상시 긴장관계는 가장 효과적인 내부 통제수단이다.

그래서 김정은이 경제재건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국영기업의 할당 족쇄를 풀고 농업부문의 분배율을 높이는 정도로는 “소고기에 쌀밥을 먹게 해 주겠다”는 약속을 단시일 내 구현하기가 어렵다.

그나마 먹고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일하고 결사적으로 장사를 하는 주민들이 버팀목이다. 성장률은 그들의 숫자에 비례할 것이다.

하지만 민간의 활력이 꿈틀거릴 때마다 군부를 대동한 채 공포정치를 병행해야 하는 것이 김정은의 딜레마다. 마키아벨리적 통치술로도 이 위험한 곡예를 감당하기가 어렵다. 3년, 5년은 몰라도 10년, 20년은 난망이다.

■ 6586조원

지난해 북한자원연구소가 추정한 북한 천연자원의 잠재가치.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5년치에 해당한다. 과장된 분석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도 “한국이 북한 천연자원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단둥·옌볜·훈춘=조일훈 경제부장/김병언 차장(영상정보부)/김태완 차장(국제
부)/김유미(경제부)/전예진(정치부) 기자/천용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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