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방산기업인 아셀산 엔지니어들이 함정용 30㎜ 자동포의 성능을 점검하고 있다. 아셀산 제공
터키 방산기업인 아셀산 엔지니어들이 함정용 30㎜ 자동포의 성능을 점검하고 있다. 아셀산 제공
터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중에서 병력과 재래식 무기에서 미국에 이은 두 번째 군사 강국이다. 터키는 한국이 세 척을 보유 중인 이지스함의 자체 개발을 추진하는 등 첨단무기 국산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해군은 2016년께부터 네 척의 건조에 들어갈 전망이다. 실전 배치 시기를 2023년으로 맞출 가능성이 높다. 2023년 10월29일은 터키 건국 100주년 기념일로 신장된 국력을 과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 주도로 방산 수출 늘려

터키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13%의 무기 이전 증가율을 보였다. 같은 기간 중 방위산업 강국인 미국이 4% 줄고 프랑스는 8%, 독일은 18%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방산 수출 규모는 15억7000만달러로 전년(12억6200만달러)보다 24.4% 늘어났다. 한국의 방산 수출액(13억8000만달러·통관 기준)보다 2억달러 많다. 방산 생산액(50억7600만달러) 중 수출 비중은 30.9%로 2010년 20.4% 이후 매년 상승하는 추세다. 방산 매출 대비 수출 비중이 12%에 불과한 한국을 이미 넘어섰다.

지난 6년간 터키의 방산 수출이 급증한 것은 2007년부터 본격화한 정부의 방산 연구개발 투자에 힘입은 바 크다. 지난해 전체 방산 R&D 규모는 9억2700만달러로 이 중 정부 R&D가 74%를 차지했다. 2008년만 해도 기업 R&D 비중이 45%를 기록했지만 정부 R&D가 매년 19% 증가하면서 역전된 것이다.

경쟁력을 갖춘 품목이 증가하고 수출 지역도 유럽 위주에서 미국과 중동 지역으로 확대된 배경에는 정부가 무기 구매액의 최대 70%까지 해외 기업으로부터 자국산 부품을 사들이거나 기술을 지원하게 하는 절충교역(offset)을 이행하도록 의무화한 영향이 컸다. 터키는 2016년 방산 매출을 80억달러로 확대하고 방산 수출 20억달러를 달성할 계획이다.

방산기업 중에서 로켓과 미사일을 주로 생산하는 로켓산(Roketsan)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수출은 지난해 8300만달러에서 올해 1억9000만달러로 급증하고 매출 대비 수출 비중도 지난해 29%에서 올해 61%로 뛸 전망이다. 독자 개발한 2.75인치 레이저유도미사일(CIRIT)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2009년만 해도 수출이 650만달러에 불과하던 로켓산을 수출 중심 기업으로 변신하게 했다. 로켓산은 2012년 미국의 레이시온, 록히드마틴 등을 물리치고 아랍에미리트와 2억달러어치의 CIRIT 수출 계약을 맺었다.

로켓산은 미국으로부터 100대를 도입할 예정인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에 탑재할 공대지·공대함 미사일도 만들고 있다. 터키산 1호 미사일인 SOM(Stand off Missile)을 터키 공군이 운용 중인 F-4, F-16에 장착한 데 이어 SOM보다 소형화돼 내부 무장창에 집어넣을 수 있는 SOM-J도 개발 중이다.
TAI가 만든 A400M
TAI가 만든 A400M
◆두 개의 호주머니 찬 터키군

터키 방산이 급성장한 배경에서 터키군전력증강기금(TAFF)을 빼놓을 수 없다. TAFF는 아셀산(Aselsan), 터키항공우주(TAI), 로켓산, 하벨산(Havelsan) 등 주요 방산기업의 1대 주주다. TAFF는 국민 성금과 부동산 임대수익 등으로 방산기업의 지분을 사들였다. 총사령관과 국방부 장관의 통제를 받는다. 피키리 귀널타스 TAFF 회장은 “지난해 15개 방산업체에서 받은 배당금 등 연간 1억달러의 수입 중 90%가량을 군에 무기 구매와 시설물 개량용으로 기부했다”고 말했다.

터키는 중앙아시아 및 중동지역에서 군사·외교의 중심국이다. 파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등 주변 18개국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원천 및 부품 제조 기술이 취약한 편이다. 김미정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한국은 성장잠재력이 큰 터키를 전략적 동반자로 삼을 필요가 있다”며 “핵심 부품 판매와 기술 이전을 통해 공동 생산한 완제품을 제3국에 팔아 우리의 수출시장을 넓히는 ‘윈윈 전략’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앙카라(터키)=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