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도 제대로 안 하는 국회
법률소비자연맹, 15개 상임위 결산심사 분석

상임위별 평균 회의 1.47회…회의 1회당 3시간24분꼴
세월호 정쟁에 국회 공전…예년보다 심사 더 부실해져
심사 대상기관 214곳 중 119곳은 질문도 받지 않아
홍문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테이블 끝 가운데 앉은 사람)을 비롯해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 소속 의원들이 17일 2015년도 예산안을 심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문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테이블 끝 가운데 앉은 사람)을 비롯해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 소속 의원들이 17일 2015년도 예산안을 심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가 349조원 규모의 2013 회계연도 결산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시간에 쫓겨 시간당 평균 5조원에 가까운 예산 씀씀이를 들여다보는 등 ‘졸속 심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재정 악화로 무상급식 등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국회가 새해 예산안 심사의 첫걸음이자 국가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따져볼 수 있는 예산 결산 심사를 매년 반복되는 요식행위쯤으로 팽개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선거·정쟁에 밀려 결산은 뒷전

선거·의정 감시 시민단체인 법률소비자연맹이 지난달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13 회계연도 결산 심사 과정을 분석한 결과 국회 16개 상임위원회 중 정보위원회를 제외한 15개 상임위의 예산결산심사소위(결산소위) 개최 횟수는 총 22회로 상임위당 평균 1.47회에 불과했다.

22회 열린 15개 상임위의 결산소위 회의 시간은 총 75시간15분으로 회의 1회당 시간은 3시간24분에 그쳤다. 349조원에 달하는 결산안 규모를 감안할 때 각 상임위의 결산소위에서 시간당 4조6380억원의 예산 사용 내역을 심사한 것이다.
작년 349조원 나라살림 '졸속 심사'…시간당 5조원 들여다봐

정부가 예산 결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는 각 상임위 결산소위 및 전체회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심사, 본회의 의결 등을 거쳐 결산안을 처리한다. 정부는 지난 5월30일 결산안을 제출했지만, 여야가 두 번의 선거(6·4 지방선거,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세월호 참사를 둘러싸고 정쟁을 벌이는 바람에 각 상임위의 결산안이 결산 처리 법정 시한인 8월 말이 돼서야 예결위로 넘어갔다.

소관 부처의 예산 사용 내역을 꼼꼼히 살펴봐야 하는 각 상임위의 결산소위도 형식적인 회의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15개 상임위 중 결산소위를 한 번만 개최한 상임위가 8개였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 결산소위는 각각 2시간49분, 2시간5분 만에 모든 심사를 끝내고 결산안을 전체회의에 올렸다. 소관 부처 예산이 상대적으로 큰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결산소위를 2회 열었지만 평균 회의시간은 2시간여에 불과했다.

국회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나라 살림을 제대로 썼는지 살펴보는 결산 심사가 매년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는데 올해는 세월호 정쟁으로 국회가 장기간 공전하는 바람에 예년보다 더 부실한 것 같다”고 말했다.

○출석기관 60% 질문도 안 받아

국가 예산을 사용한 중앙 부처와 소속 기관들은 모두 결산 심사 대상 기관에 포함된다. 하지만 이번 결산 심사 과정에 참석한 기관은 국정감사 대상 기관(667개)의 40.4%인 214개였다. 금융감독원이나 검찰청은 결산 심사장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시간이 모자란 탓에 결산 심사에 참석한 214개 기관 중 단 한 차례라도 국회의원의 질문을 받은 기관은 95개에 그쳤다. 미방위 결산 심사에는 51개 기관이 참석했지만 의원의 질문을 받은 기관은 6개였다.

국회는 결산 심사를 통해 위법 또는 부당한 예산 사용 의혹을 밝혀내면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이번 심사를 통해 국회가 통과시킨 감사 요구안은 선박 등 안전규제 관리 실태, 재난·재해기금 운영 실태 등 4건에 불과했다.

김대인 법률소비자연맹 총재는 “결산 심사는 예산 낭비나 적법하지 않은 사용에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데 국회가 이 중요한 책무를 매년 뒷전으로 밀어내고 있다”며 “국가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려면 무엇보다 예산이 필요한 곳에 제대로 쓰였는지에 대한 치밀한 심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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