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대북전단 살포 문제로 갈등을 빚으면서 지난달 말부터 11월 초 사이에 갖기로 했던 2차 고위급 접촉이 무산됐다.

북한은 지난 1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성명을 내고 “우리의 최고 존엄을 악랄하게 훼손하는 삐라(대북전단) 살포 망동을 중단하지 않는 한 그 어떤 북남 대화도, 북남관계 개선도 있을 수 없다”고 발표했다. 성명은 “위임을 통해 중대 입장을 천명한다”고 언급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지시가 있었음을 암시했다.

성명은 탈북자단체가 지난달 31일 경기 포천에서 대북전단을 날려 보낸 사실을 거론하며 “상대방을 반대하는 삐라 살포 행위는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전쟁 행위”라고 비난했다. 또 “박근혜(대통령)까지 나서 삐라 살포를 막을 수 없다고 공언하는 데 이르렀다”며 “남조선 당국이 못하겠다면 우리는 인간쓰레기들을 단호히 쓸어버리기 위한 처단작전을 단행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우리 정부는 2일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정부는 통일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에서 “북한이 우리 대통령을 실명 비난하고 국민의 처단을 운운하는 것은 남북 합의와 국제 규범상 용납할 수 없는 언동”이라며 “우리 국민의 안전에 위해를 가하려는 행위에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4일 북한 고위급 3인방의 방한으로 조성된 남북대화 국면은 한 달 만에 원점으로 돌아왔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2차 남북 고위급 접촉 개최 여부는 북한이 부당한 전제조건을 철회하는지에 달려 있다”며 “정부가 별도의 대북 조치를 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