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전작권 전환 연기' 합의] 美 210화력여단 동두천 잔류…'인계철선' 유지·北 도발 대응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제46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결과 양국이 전시작전통제권의 한국 전환시기를 못박지 않고 전환에 필요한 조건만을 제시한 것은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다. 북한 김정은 정권이 핵과 대량살상무기를 믿고 도발에 나선다 해도 미국 증원군이 한반도에 배치될 수 없는 전쟁 초기 한국군이 주한미군과 함께 효과적으로 대응할 만한 전력을 일단 무기한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전작권 환수가 두 번째로 연기되면서 용산기지에 계속 남게 된 한미연합군사령부 본부는 ‘서울 주둔’이란 상징적 효과를 갖고 있다. 미 2사단의 210화력여단도 북한군의 장사정포에 대응하면서 미군이 공격을 받으면 전쟁에 자동 개입한다는 뜻의 ‘인계철선’ 역할을 유지하게 된다.

◆‘무기연기’ vs 2020년대 중반

[韓·美 '전작권 전환 연기' 합의] 美 210화력여단 동두천 잔류…'인계철선' 유지·北 도발 대응
SCM이 열리기 전만 해도 한·미는 한국군이 킬체인(Kill Chain·적의 미사일을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선제공격하는 시스템)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제(KAMD)를 구축, 운용할 2020년대 중반께로 명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박원곤 한동대 외교학 교수는 “시기가 정해지지 않은 것은 충격”이라며 “한국과 한반도에 크게 신경 쓸 여력이 없는 미국이 현상유지를 바라고 한국 측의 요구를 들어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고 한·미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자신들이 통제권을 갖고 있는 한미연합사 체제 유지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구본학 한림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한·미관계 안정을 위해 동아시아 안보 재조정(리밸런싱) 차원에서 이런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전작권 전환 사실상 무기연기’라는 지적에 “목표시기를 정하지 않았을 뿐”이라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류제승 국방정책실장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미국 측에 킬체인과 KAMD를 2020년대 중반까지 발전시킬 것을 재확인했다”며 “(향후 전작권 전환 논의 시기는) 2025년에서 2027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군 계획대로 추진되면 2020년께 PAC-3, M-SAM(중거리 지대공미사일), 글로벌호크(고고도 정찰용 무인항공기), 타우르스(장거리 공대지미사일) 등의 실전배치가 끝나 발사가 임박한 북한군의 핵심표적을 탐지하고 정확한 위치좌표를 식별한 뒤 타격할 수 있게 된다.

군은 KAMD가 제 성능을 발휘하려면 50㎞ 이상의 고도에서 적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L-SAM(장거리 지대지미사일)까지 배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 기술로 개발을 추진 중인 L-SAM이 최근 사업타당성 조사를 마치고 내년부터 탐색개발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2020년대 중반에 전작권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더구나 한·미는 세 가지 조건이 동시에 이뤄져야만 전작권 전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합의한 만큼 역내 안보 환경이 불안해지면 전작권 전환은 어렵다.
< 한·미 국방 장관 만찬 > 한민구 국방부 장관(왼쪽)이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평화연구소에서 열린 제46차 한미안보협의회(SCM) 만찬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척 헤이글 미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 한·미 국방 장관 만찬 > 한민구 국방부 장관(왼쪽)이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평화연구소에서 열린 제46차 한미안보협의회(SCM) 만찬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척 헤이글 미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한강 이북 연합사·210여단 남아

미군의 평택기지 이전이 2016년 완료되면 한강 이북에 남아 있는 미군은 한미연합사 본부와 210화력여단뿐이다. 당초 내년 말 전작권을 환수하면 한미연합사는 해체되고 한국군이 사령관을, 미군이 부사령관을 맡는 단일연합전구사령부를 설립할 계획이었다.

양국은 한미연합사를 합동참모본부 건물이나 국방부 구본관, 용산기지 내 드래곤힐호텔 등에 넣는 방안을 검토했다. 연합사가 보유한 막대한 군사정보시스템을 옮겨 재설치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이전비용도 엄청나 이 같은 방안을 포기했다.

미군의 210화력여단이 동두천에 남게 된 것은 다연장로켓포(MLRS) 2개 대대를 갖고 있어서다. MLRS는 북한군이 장사정포로 수도권에 대한 무차별 공격에 나설 경우 포 진지를 궤멸시킬 무기로 평가된다. 개전 1~3일차에 승기를 잡으려면 DMZ와 가까운 현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미군의 뜻이 고려됐다. 류제승 실장은 “(한국산 천무가 본격 배치될) 2020년께면 한국군의 대화력전 능력이 보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승욱 선임기자/김대훈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