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호주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타결했지만 또다시 국회라는 장벽에 부딪혔다. 지난달 16일 외교통일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원회에 비준동의안이 제출됐지만 국정감사, 세월호 특별법 등 정치적 현안에 밀려 한 달째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반면 우리보다 5개월 늦게 호주와의 FTA 협상을 타결한 일본은 국회비준 동의에서는 한국을 따돌리겠다는 각오다. 늦어도 내년 1월 중엔 비준을 마친다는 것이다. 일본과 경쟁하는 국내 수출기업들은 속이 타들어간다고 말하고 있다.

각국 정부가 경쟁국보다 먼저 FTA 협상 타결을 서두르는 이유는 선점이익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회비준 동의가 늦어진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호주와의 FTA는 특히 그렇다. 한국 일본 모두 국회 비준 즉시 발효되고 해당 시점부터 정부 회계연도가 끝나는 달까지 1년차 관세인하, 그 다음 회계연도에 2년차 추가인하가 차별적으로 시행되는 구조다. 문제는 회계연도 기준시점이 한국은 매년 1월1일, 일본은 4월1일로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우리로서는 내년 1월 비준을 계획하는 일본에 앞서 어떻게든 연내 국회비준을 해야 내년부터 2년차 추가인하 효과를 누리며 선점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우리가 일본과 똑같이 내년 1월에 비준하거나 더 늦어지면 일본은 내년 4월부터 2년차 추가인하 혜택을 받는 정반대 상황이 펼쳐지게 된다. 국회비준이 늦어질수록 우리가 불리해지는 것이다.

호주는 시장규모가 약 1조5000억달러에 이르는 거대 시장이다. 더구나 최근 GM 등이 호주에서 자동차 생산기지 철수를 결정하면서 현지 자동차 시장은 지금 무주공산이다. 자동차도, 자동차 부품도 날개를 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업계는 FTA가 일본보다 먼저 발효되면 제조업 수출만 연간 5억3800만달러 늘어날 것이라고 자신한다. 국회 비준 지연 때문에 이를 공중에 날릴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여야는 지금이라도 한·호주 FTA 비준동의 절차에 즉각 들어가 달라. 이것도 늑장처리를 관행화할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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