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대표 개헌론 발언에 靑 "실언으로 생각하지 않아"
청와대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사진)가 지난주 개헌 논의의 필요성을 거론했다가 물러선 데 대해 “지금 국가가 장기적으로 보다 나은 상태로 가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 개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뜻을 21일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 공무원연금 개혁을 비롯해 시급한 국정과제가 있고, 그것들이 빨리 처리돼 국민의 삶이 나아지고 국가가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차곡차곡 쌓이는 게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김 대표의 발언에 불쾌감도 드러냈다. 그는 “김 대표가 중국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했고 그게 계속 보도되니 자신의 불찰이라고 말했다는데, 당 대표 되시는 분이 실수로 언급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가 노트북을 펼쳐놓고 받아 치는 상황에서 (개헌에 대해) 언급한 것은 기사화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뒀다고 생각하는 게 정상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 대표가 여론 동향을 알아보기 위해 의도적으로 개헌 관련 발언을 했다가 물러선 게 아니냐는 뜻이 담겨 있다.

이는 김 대표의 ‘개헌 발언’ 이후 청와대가 내놓은 첫 공식 반응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민생법안과 경제 살리기에 주력해야 하는데 개헌 논의 등 다른 곳으로 국가 역량을 분산시킬 경우 또 다른 경제의 블랙홀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개헌 논의에 반대했지만, 김 대표 발언 이후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16일 중국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면서 “정기국회가 끝나면 개헌 논의가 봇물 터질 것”이라며 “봇물이 터지면 막을 길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검토해야 한다는 발언도 했다. 김 대표는 그러나 다음날인 17일 “대통령께 죄송하다” “제 불찰이었다”며 전날 발언을 수습했다.

청와대의 반응에 대해 김 대표는 “지난 17일 해명할 때 앞으로 개헌에 관한 이야기를 일절 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지금도 어떤 경우에도 (개헌에 대해) 얘기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청와대가 어떤 의도로 이 같은 반응을 내놨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이야기하지 않겠다”고만 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