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당하는 것 같아 때렸다", "성추행 의도는 없었다"
유족 '오열' 휴정…신문 재개하면 '살인죄 공방' 예상


육군 제28사단 윤모 일병 폭행 사망사건 재판에서 주범 이모(26) 병장은 폭행에 대한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했다.

윤 일병 사건 7차 공판이 8일 오후 경기도 용인 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려 이 병장을 시작으로 피고인 신문이 진행됐다.

증인석에 앉은 이 병장은 검사가 윤 일병을 폭행한 내용을 위주로 공소사실을 인정하는지 묻자 대부분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세부적인 공소 내용이나 성추행 혐의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았다.

검사는 이 병장에게 "피고인은 사건(4월 6일) 전날 밤 윤 일병에게 '(나에게서) 가장 감명 깊게 들은 말이 무엇인가'라고 물었고, 윤 일병이 '이 병장님 아버지가 조폭이라는 말'이라고 답했다는 이유로 폭행했다는데 사실인가"라고 질문했다.

이 병장은 "아버지가 조폭이라는 대답 때문은 아니었고 묻는 취지와 다른 대답을 하길래 무시당하는 것 같아 때렸다"고 진술했다.

이어 사건 당일 오전 몸에 멍이 든 윤 일병에게 '안티푸라민'을 발라주면서 성기에도 바르도록 시킨 것에 대해 이 병장은 "성추행 의도는 없었고, 고통을 주고 싶어서 그랬다"고 성추행 혐의를 사실상 부인했다.

방청석에서 이 병장의 진술을 듣던 윤 일병 유족들은 "나도 죽여라", "네가 인간이냐", "내 아들 살려내라" 며 오열했고, 재판장은 이 병장 피고인신문 40여분 만인 오후 2시 30분께 잠시 휴정을 선언했다.

유족들은 휴정이 되자 이 병장이 앉아 있던 증인석 쪽으로 눈물을 닦던 손수건과 물병을 집어던지기도 했다.

휴정 후 피고인신문에서는 검찰이 추가 적용한 살인죄 인정 여부에 대한 신문이 있을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16일 5차 공판에서 이 병장 등의 변호인은 "살인의 고의성이 없었다"며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이 병장 등은 지난해 말부터 4개월가량 윤 일병에게 치약을 먹이고 입에 물을 들이붓는 등 가혹행위를 저지르고 마대자루와 주먹 등으로 수십 차례에 걸쳐 집단폭행해 윤 일병을 지난 4월 6일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용인연합뉴스) 최해민 최종호 기자 goals@yna.co.krzorb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