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왼쪽)가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남태평양 도서국 정상들과의 대화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왼쪽)가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남태평양 도서국 정상들과의 대화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후 얼어붙었던 한·일 관계에 변화가 일부 감지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9일 인천아시안게임 개회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하는 모리 요시로 전 일본 총리와 면담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17일 “(모리 전 총리 측에서) 요청이 들어왔고 면담이 준비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일본 신문들은 이날 모리 전 총리가 아베 총리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갈등이 깊어진 상황에서 한·일 관계가 당장 진전을 보이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본 우익세력에 대한 경고적 성격도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아사히 신문이 위안부 강제동원과 관련된 기사를 철회한 것을 계기로 일본 전역에서는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부인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본 정치권은 위안부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과한 고노담화 수정을 요구하고 있으며 올초 검증 보고서까지 발표했다. 위안부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매월 갖기로 한 한·일 국장급 협의도 일본의 소극적인 태도로 지난 7월24일 3차 회의를 마지막으로 열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 국제행사를 이용해 한국, 중국과의 관계를 회복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연말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관련한 법 개정과 소비세 인상 등 부정적인 여론에 직면한 아베 정권이 외교적 성과를 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오는 22일 열리는 유엔총회 때 한·일 외무장관 회담을, 오는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는 한·일, 한·중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앞둔 만큼 정상회담 시기가 빨라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과 회동하고 지난 14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벳쇼 코로 주한 일본대사와 만난 것이 변화의 신호로 읽힌다는 해석이다. 최근 한·일 간 만남도 잦다. 지난 11일 한·중·일 차관보급 회동이 열린 데 이어 19일 호주에서 2년5개월 만에 한·중·일 재무장관 회의가 열린다. 한·일 양국은 18일 일본 도쿄에서 외교당국 간 문화외교국장 회의도 열기로 했다. 2010년 15차 회의가 열린 이후 4년 만이다. 다음달 1일에는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한·일 양국의 외교차관급 ‘전략대화’가 도쿄에서 개최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전제되지 않고는 의미 있는 관계 진전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정부 내 대체적인 기류다.

도쿄=서정환 특파원/전예진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