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이완구 원내대표(오른쪽)와 주호영 정책위원회 의장이 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의 이완구 원내대표(오른쪽)와 주호영 정책위원회 의장이 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여야 간 힘 겨루기로 주요 민생·경제 활성화 법안 처리가 완전히 멈춘 가운데 새누리당이 ‘국회 마비법’이라고 비판해온 국회선진화법(개정 국회법)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선진화법을 제대로 말하면 국회를 무력화하는 법”이라며 “전문가들의 법률 검토 등 헌법소원 등을 통해 이 문제를 호소하기 위한 준비를 대부분 마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헌법 정신에 따라 국회에서 문제를 해결할 최종적인 기구는 본회의인데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야당의 동의 없이는 지금처럼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개정 국회법 조항들은 헌법 49조 내지는 여러 헌법 원칙에 위배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에 대해 헌법소원 카드를 꺼내든 것은 현재와 같은 여야 대치 정국에서 국회선진화법이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정상적인 국회 가동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난 5월 취임한 이후 110여일이 지났지만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 이견으로 지금까지 처리한 법안은 ‘0건’이다. 이 때문에 ‘식물국회’라는 오명까지 쓰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15, 16대 국회 당시 여러 가지로 어려울 때도 법안만큼은 집권 여당이 책임지고 통과시켰는데 국회선진화법을 보면 과연 이렇게 가도 될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며 “법안 처리 하나 못하고 이렇게 가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선진화법은 제18대 국회 임기 만료를 한 달도 남기지 않은 2012년 5월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황우여 대표 등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이 주도했다. 의원 간 멱살잡이, 해머, 쇠사슬, 최루탄까지 등장한 국회 폭력사태에 대한 일종의 자정 노력이었다. 여야 어느 쪽도 총선에서의 승리를 확신할 수 없었던 만큼 다수당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국회선진화법에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여권 내부에서 국회선진화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왔다. 국회선진화법이 박근혜 정부의 규제개혁 드라이브를 비롯해 각종 공약과 정책을 추진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 손질에 나선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여당이 주도해 만든 법에 대해 여당이 헌법소원을 내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은 “자신들의 무책임과 무기력을 한탄할 일이지 애꿎은 국회선진화법을 탓할 일이 아니다”며 “새누리당은 헌법소원 기각이라는 망신을 자처하지 말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 국회선진화법

개정 국회법. 국회의장의 본회의 직권상정 요건을 천재지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 등으로 제한하고 상임위원회에서 통과가 안 되는 쟁점 법안은 ‘안건 신속처리제도’를 통해 본회의에 올리도록 했다. 하지만 이 제도를 이용하려면 해당 상임위원 5분의 3 이상, 또는 전체 국회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