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박지원·김양건의 "MB 탓"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가 지난 17일 나눈 대화 내용을 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을 가로막는 ‘공공의 적’이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명의의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5주기 조화를 주고받기 위해 개성공단에서 만난 자리에서다.

김양건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 결과로 나온) 6·15공동선언 때 합의했던 북남관계 개선방안이 빛을 보지 않는다”며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와 다르다”며 “이명박 정부는 북한 1인당 국민소득을 3000달러로 올리겠다(비핵개방 3000)고 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이런 호기를 김 위원장에게 설명해서 쉬운 것부터 풀어나가고, 대화하지 않으면 기회가 없다”고 강조했다.

“MB정부때 남북관계 무너져”

박 의원은 이틀 후 K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2000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남북 간 상당한 신뢰관계가 있었지만 이명박 정부를 지나면서…. 김 비서도 그런 얘기를 해요. 이명박 정부를 지나면서 남북관계가 다 허물어졌다…”고 말했다. 남북관계가 어그러진 원인은 영락 없는 이명박 정부 책임이라는 게 두 사람의 일치된 견해였다.

과연 그런가. 이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그 이전 정부에 못지 않은 파격적인 북한 관련 공약을 내놨다. ‘이명박판 마셜플랜’이라고도 불렸다. ‘비핵개방 3000’이외에 북한 지역 내 5대 자유무역지대 설치, 북한 지원용 국제협력자금 400억달러 조성, 신경의고속도로 건설, 북한 지역 내 연간 300만달러 이상 수출 가능한 200개 기업 육성 등이 대표적이다.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7월11일 국회 연설에서 이런 구상을 실천하기 위해 북한에 대화를 제의했다. 그런데 같은 날 새벽 우리 관광객이 금강산에서 북한군 총격으로 살해된 사실이 연설 뒤 알려지면서 이 전 대통령의 대북 제의는 빛이 바랬다.

누가 불량국가, 공공의 적인가

북한은 2009년 5월 2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국제적인 제재 강화를 자초했다. 임태희 당시 노동부 장관은 그해 말 싱가포르에서 김양건과 비밀 접촉을 갖고 남북 대화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북한은 이듬해 3월 천안함 폭침 사건을 일으켜 무고한 우리 장병 43명을 희생시켰다. 그래서 나온게 ‘5·24 대북 제재조치’다. 교역·교류 중단, 북한 상선 우리 해역 진입 금지, 한·미 대잠수함 훈련 실시 등이 주요 내용이다.

우리 정부는 2010년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직후 남북 관계 개선을 검토했으나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수포로 돌아갔다. 2011년 5월 남북 비밀접촉을 가졌고, 이 전 대통령은 관계 개선 의지를 담은 ‘베를린 제안’을 했으나 북한은 다음해 4월 장거리 로켓 발사로 ‘응답’했다.

북한은 5·24 제재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김양건은 “조건 없이 실천할 수 있는 지도자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핵문제는 건드리지 말라는 뜻이다. 이쯤되면 누가 ‘불량국가’이고, 남북관계 공공의 적인지 알 수 있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길 진정으로 원한다면 적어도 사과 한마디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게 해법의 실마리다.

홍영식 정치부장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