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세월호 특별법 합의안이 유가족에게 두 차례나 거부당한 뒤 정국 파행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유가족을 설득하거나 세월호 특별법과 경제 법안을 분리 처리하자며 새정치민주연합 측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입장을 유보한 채 대응 방안을 놓고 각계 의견 수렴에 나섰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경제는 한계 상황에 직면했고, 경제성장의 엔진이 꺼져가고 있다”며 “세월호 특별법과 분리해 민생경제 법안을 하루빨리 처리하게 야당이 결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번 재합의안은 새누리당에서도 배려할 만큼 했고, 물러설 만큼 물러선 최대한의 양보안이었다”며 “반대하고 있는 130여명의 유가족을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들이 1 대 1로 가서 충분히 설득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했다.

새정치연합은 진퇴양난에 빠진 모양새다.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원내대표 겸임)은 이날 오전 주요 당직자회의에도 불참하며 향후 대응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완강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유가족과 새누리당 사이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당내 여론이 여러 갈래로 갈려 분분한 가운데 유족 뜻에 반하는 재합의안 강행은 어렵다는 회의적 시각이 우세한 게 박 위원장으로선 고민이다.

당내에는 박 위원장에 대한 책임론과 “믿고 가야 한다”는 두 갈래 기류가 형성돼 있다.

유은혜 원내대변인은 “새정치연합은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유가족과 소통을 계속하는 동시에 각계 각층의 여론을 수렴하면서 사회적 총의를 모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당분간 (여야 간에) 전략적 냉각기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특별법에 막혀 정치권이 그대로 멈춰서면서 22일부터 시작되는 8월 임시국회와 내달 정기국회도 파행을 거듭할 공산이 커지고 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