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앞줄 왼쪽 두번째)이 1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6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태극기를 들고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앞줄 왼쪽 두번째)이 1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6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태극기를 들고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제69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이 공동으로 참여, 실행에 옮길 수 있을 만한 일련의 제안을 패키지 형태로 북한에 제시했다. 지난 3월 독일 방문에서 천명한 ‘드레스덴 선언’(통일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한 것들이다.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올바른 역사 인식 전환 없이 양국 관계 발전은 어렵다는 점도 다시 강조했다.

○드레스덴 선언 구체화 방안 제안

朴 "민생인프라·환경·문화 통로 만들자" 北에 패키지 제안
박 대통령이 이날 북한에 제안한 것들은 서로 간 이견이 크지 않아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사업들이다. 박 대통령은 “남북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작은 통로부터 열어가고 서로 이해하면서 생활양식부터 하나로 융합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하천·산림 공동 관리 사업 △북한 대표단의 평창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 참석 △이산가족 상봉 △민생인프라 협력 본격화 △광복 70주년 기념사업 공동 준비 △문화유산 공동 발굴 및 보존 등을 제안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을 구체화하기 위한 정책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드레스덴 선언은 박 대통령이 지난 3월28일 발표한 통일 구상으로 △대북 인도적 지원 확대 △남북한 공동 인프라 구축 △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을 위한 교류 확대 등이 포함됐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선 “결코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유지했다.

○日 지도자 각성 촉구

박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 대해 내년이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양국이 새로운 미래를 향해 함께 출발하는 원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일본 지도자들의 올바른 역사 인식을 촉구해왔고, 특히 군대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살아계신 동안 그분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전향적 조치를 요구해왔다”며 “이런 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할 때 한·일 관계가 건실하게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치인의 역사 인식에 대해서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일본의 일부 정치인이 양 국민의 마음을 갈라놓고 상처를 주는 일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경축식 참석 후 독립유공자 및 유족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같이하는 자리에서도 “정부는 지속적으로 일본 지도자의 올바른 역사 인식을 촉구할 것”이라고 했다.

○한·중·일 원전 안전협의체 추진

박 대통령은 또 자신의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한국과 중국, 일본이 주축이 되는 원자력 안전협의체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유럽원자력공동체(EURATOM)’를 통해 유럽연합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방안을 협력하듯 동북아 지역에서도 관련 논의를 시작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 안전이 역내 공동안보에 위협으로 대두되고 있다”며 “하반기에 동북아 원자력 안전 심포지엄을 여는 등 다자 협의체 설립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