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길재 통일부 장관
류길재 통일부 장관
정부가 오는 19일 남북 고위급 접촉을 하자고 북한에 제의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지난 2월 첫 고위급 접촉을 한 지 6개월 만이다.

통일부는 11일 오전 김규현 수석대표 명의의 통지문을 북한에 보내고 접촉 날짜와 장소로 19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을 제시했다. 정부는 북측에 추석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했으나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고 서로의 관심 사항을 폭넓게 논의하자고 했다. 북한이 요구하면 대북 제재인 5·24 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서도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이번 고위급 접촉을 제안한 것은 남북관계가 더 이상 나빠져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북한이 인천 아시안게임 참가 실무접촉을 일방적으로 결렬시켰음에도 이번에 우리 측이 먼저 제안한 것을 두고 정부의 대북(對北) 정책 실패론에 대한 부담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연일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을 비난하면서 핵실험을 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지난 10일 미얀마 네피도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도 핵 보유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에 따른 결단”이라며 “핵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3월 독일 방문에서 남북 평화통일 구상으로 발표한 ‘드레스덴 선언’에 대해서도 북한은 ‘흡수 통일’ 논리라며 반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번 고위급 접촉을 통해 오해를 풀고 우리 측 의견을 적극 설명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이날 국제기구의 북한 모자(母子)보건 지원 사업에 남북협력기금 1330만달러(약 137억원)를 지원하면서 ‘드레스덴 선언’에서 제안한 모자보건 사업에 본격 시동을 건 것도 같은 맥락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계속되는 남북 긴장과 경색 국면에서 벗어나기 위해 만나서 대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접촉이 성사되면 대북 제재를 위한 국제 공조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드레스덴 구상에서 밝힌 것을 적극 추진하고 통일준비위원회 발족 취지를 설명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일 고위급 접촉이 성사되고 남북이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한다면 대상자 명단 파악, 현장 답사, 행사 준비 등을 거쳐 이르면 9월 말이나 10월 초 상봉이 이뤄질 수 있을 전망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