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살아남는 '法피아'
세월호 참사 후 박근혜 대통령은 민간과 유착한 관피아 척결을 내걸고 국가 개조를 선언했다. 하지만 관피아 중 최고 관피아인 ‘법피아(법조인+마피아)’는 여전히 개혁의 대상에서 벗어난 무풍지대에 있다.

금품 수수 사실이 적발된 공정거래위원회 전직 과장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를 통과해 지난달 말 대형 법무법인(로펌)에 취업했다. 공정위 감사담당관과 경쟁정책과장을 지낸 A씨는 태평양의 공정거래 1팀장으로 영입됐다. 작년 11월 청와대 행정관으로 파견 갔다가 비리혐의로 공정위로 복귀했던 인사가 로펌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감사담당관 출신으로 공정위 내부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는 A씨가 퇴직 몇 개월 만에 다시 ‘친정’인 공정위를 상대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위원회 출신 고위공무원도 이달 한 대형 로펌에 고문으로 입사했다.

당장 공직자 출신의 부적절한 처신이 문제가 됐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직무상 취급한 사건을 변호사로 수임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대법관으로 재직하던 2004년 LG전자 사내 비리를 감찰팀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정모씨가 부당 해고를 주장하며 제기한 행정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던 그가 2009년 로펌 변호사로 정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LG전자의 대리인으로 나섰던 것이다. 그는 변호사법 위반으로 벌금 300만원의 약식 명령을 받았다.

얼마 전에는 법원 로클럭(재판연구원)과 재판부까지 부적절한 처신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로클럭 출신 태평양 변호사가 자신이 몸담았던 재판부의 사건을 대리한 것이 문제가 돼 선고 직전까지 갔던 재판을 처음부터 다시 하는 일이 벌어졌다.

변호사법 제31조 1항 3호는 변호사가 공무원으로서 직무상 취급하게 된 사건을 수임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법원은 로클럭도 이 규정의 ‘공무원’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담당 재판부를 변경했다.

법피아 척결을 위한 법조계 자체의 자정노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언론의 끝없는 감시와 국회의 실효성 있는 ‘전관예우 방지법’ 개정작업이 조속히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배석준 지식사회부 법조팀 기자 eul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