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한 장관·청와대 수석 뭐하나…현오석·최문기·조원동 "공직 경험 살려 강의"
국정의 부문별 책임자로서 팽팽한 긴장감 속에 사생활을 잊고 지내던 장관들과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은 자리를 떠난 뒤 무엇을 하며 지낼까. 지난달 개각과 청와대 참모진 교체 때 물러난 장관 및 수석들의 근황을 살펴보면 대략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대학 교수로 옮겨 후학 양성에 나서는 길을 모색 중이고, 다른 한 부류는 여행이나 등산 등으로 건강을 챙기며 조용히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과거에는 로펌이나 대기업 고문, 정부 산하기관장 등으로도 상당수 이동했으나 최근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 때문인지 이런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현오석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퇴임 직전 기자들의 질문에 “퇴임 후 당분간 쉬면서 손주나 보겠다”고 했지만 조만간 강단에 설 예정이다. 지난 23일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석좌교수로 위촉됐다. 외교원 석좌교수는 무보수 명예직으로 임기는 1년이지만 연장이 가능하다. 경제 관료 출신이 석좌교수로 임용되기는 드문 일이다. 현 전 부총리는 정규 수업을 맡는 대신 공직 경험을 살려 특강 형식으로 경제·통상 분야 비정규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조원동 전 경제수석도 오는 9월1일부터 중앙대 석좌교수를 맡아 강의할 예정이다. 조 전 수석은 퇴임 후 잠깐 미국에 다녀온 것을 제외하고 집에서 휴식을 취했다. 최근 사표를 낸 김동연 전 국무조정실장 후임 물망에 오르기도 했지만 당분간 공직을 맡지 않겠다며 본인이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문기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전 직장인 KAIST 경영과학부 교수로 복귀했다. 다만 2학기 수강신청이 끝난 뒤여서 한 학기 동안 수업은 진행하지 않는다. 요즘은 장관 취임 전에 가르쳤던 학생들과 만나 주로 시간을 보내는데, 학업 진척사항 등을 꼼꼼히 챙겨주고 있다고 한다. 강병규 전 안전행정부 장관도 당분간 몸을 추스른 뒤 이르면 하반기부터 연세대에서 강의할 예정이다.

반면 서남수 전 교육부 장관은 다른 부처의 퇴임 장관들과 달리 ‘교피아’ 논란을 의식할 수밖에 없어 당분간 대학 등에 자리를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교육부 관계자들의 얘기다. 지금은 경기 과천시 자택에서 머물며 그동안 못 본 지인들을 만나는 등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있다.

방하남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등산을 주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라산 백록담을 올랐고 제주 올레길도 다녀왔다. 당분간은 “바쁘게 노는 데 집중할 생각”이라고 한다. 평생 정책 연구자로서 지내온 만큼 후학 양성에도 관심이 있지만 아직 무엇을 할지 정하지는 않았다. 후임자가 내정되기도 전에 돌연 면직 처리돼 궁금증을 낳았던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아직 거취를 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직을 떠난 뒤에도 긴장감 속에 현안에 대해 늘 안테나를 세우고 동향을 챙기는 경우도 있다. 박준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그런 케이스로, 지난달 퇴임 후 여행도 다녀오지 않고 집을 지키고 있다. 요즘도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조간 신문을 훑어보고 때로는 외교 현안 세미나에도 참석하면서 바쁘게 지내고 있다.

도병욱/안재석/김우섭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