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단행된 국무조정실장(장관급) 및 차관급 인사의 특징 중 하나는 청와대 내 핵심 고참 비서관(1급)을 차관으로 승진시켰다는 점이다. 12명의 차관급 인사 중 3명(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 문재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장옥주 보건복지부 차관)이 비서관 출신이다.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을 부처로 내려보내 청와대와 부처 간 소통을 강화하고 국정운영을 힘있게 가져가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인사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박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비서관들이 인사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고참 비서관을 발탁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차관급 인사] 부처와 소통 강화…靑 비서관 3명 발탁, 기재부 5명 승진·전보
◆기재부, 대규모 승진인사 예상

이번 인사는 그동안 인사 적체가 심한 경제 관련 부처에 집중됐으며 폭도 예상보다 컸다. 기재부는 물론 산업부도 1, 2차관이 모두 바뀌었다. 인사 숨통을 틔워 세월호 참사 후 침체된 관료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하반기 경제살리기에 총력을 다하라는 차원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특히 기재부에서는 추경호 1차관이 국무조정실장으로 승진하고, 이석준 2차관은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으로, 김상규 재정업무관리관은 조달청장으로, 방문규 예산실장은 2차관으로, 김낙회 세제실장은 관세청장으로 승진 또는 전보하는 등 5명이 한꺼번에 자리를 이동해 향후 대규모 연쇄 승진인사가 예상된다.

기재부 내에서는 국장급 인사조차 제대로 풀지 못한 현오석 전 부총리와 달리 최경환 부총리는 취임 후 불과 열흘도 안돼 1급 이상 관료 6명 중 5명의 인사를 해결해 ‘실세 부총리’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번 인사는 또 경제 사령탑인 최 부총리와 손발을 맞출 수 있는 인사들을 요직에 전진 배치해 ‘최경환 힘 실어주기’ 인사라는 평가도 있다.

추 차관을 국조실장으로 승진시킨 것은 최 부총리의 의견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조실장은 규제 개혁 등 박 대통령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정과제를 총괄하는 자리인 만큼 당초 청와대 내에서 박 대통령과 호흡을 맞췄던 조원동 전 경제수석을 내세웠으나 기재부 인사 숨통을 틔워야 한다는 최 부총리의 논리에 밀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최 부총리는 정부와 청와대 내 요직인 국조실장과 경제수석(안종범) 자리에 모두 ‘자기 사람’을 앉혀 향후 정책을 펴는 데 더욱 강한 추동력을 갖게 됐다.

안 경제수석은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최 부총리와 함께 유학하며 나란히 경제학 박사 학위를 딴 동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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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힘 실어주기’ 인사

이석준 2차관을 미래부 1차관으로 이동시킨 것도 최 부총리의 생각에 따른 인사란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최근 2기 내각 출범 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그동안 지지부진한 창조경제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경제팀이 창조경제도 직접 챙길 것을 지시한 적이 있다.

당초 유임으로 예상됐던 김덕중 국세청장이 돌연 교체되고 후임에 임환수 서울지방국세청장이 발탁된 것도 최 부총리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국세청 내부의 기류다. 임 청장 내정자는 최 부총리의 대구고 5년 후배다.

이런 점들 때문에 이번 차관 인사는 최 부총리의 ‘파워’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일각에선 ‘만사경통’(모든 인사는 최경환으로 통한다)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번 인사에서 기재부 1, 2차관이 승진 전보된 것과 달리 산업부는 김재홍 1차관과 한진현 2차관이 모두 옷을 벗어 대조를 이뤘다. 기재부 1차관으로 이동한 주형환 경제금융비서관 후임에는 정은보 기재부 차관보가, 산업부 2차관으로 승진한 문재도 산업통상비서관 후임에는 정만기 산업기반실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종태/김우섭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