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X 가격 경쟁력 추락…수출전선 '먹구름'
합동참모본부가 조만간 한국형 차기전투기 사업(KF-X)의 엔진을 쌍발로 결정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이럴 경우 단발보다 장기적으로 14조원의 비용이 더 든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군이 쌍발 엔진 개발을 강행하면 수출 전망도 어두워지는 만큼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6일 산업연구원(KIET) 방위산업실 분석에 따르면 KF-X 탑재용 엔진을 쌍발로 240대를 개발해 30년간 운영한 뒤 폐기할 때까지 최대 70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비해 단발로 제작하면 56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다. 공군은 2015년부터 2025년까지 도태될 예정인 F-4, F-5 전투기 230대를 대체하기 위해 KF-X 120대를 구매하고 2034년부터 폐기가 시작되는 KF-16 전투기 대체분으로 120대를 더 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KF-X 가격 경쟁력 추락…수출전선 '먹구름'
◆합참이 쌍발 vs 단발 여부 결정

쌍발 120대 생산을 기준으로 한 총수명주기비용(개념연구부터 도태까지 들어가는 돈)은 약 39조원으로 단발(120대) 생산 시 투입비용 30조원보다 9조원가량 비쌀 것으로 추정됐다.

2001년 김대중 정부 시절 시작된 한국형 전투기 사업은 핵심 기술 부족 및 경제성 논란 등으로 추진이 지연됐다. 이 과정에서 적 지역 타격을 주임무로 하는 최첨단 전투기(하이급)는 해외에서 구매하고, 선제기습공격을 감행한 적기를 방어하고 격퇴하는 기반전투기(미디엄·로급)는 국내에서 생산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지난 2월부터 국방부와 합참, 방위사업청 주관으로 운영돼온 태스크포스(TF)팀은 군의 입장을 받아들여 KF-X 탑재 엔진으로 쌍발을 채택하자는 쪽에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스웨덴, 미디엄급으로 수출

공군은 KF-X로 적 중심을 정밀타격하려면 3만파운드 이상의 중무장·중장거리 정밀 유도무기를 실을 수 있어야 하고 앞으로 개발될 신무기도 탑재할 수 있어야 하며 스텔스 기능도 갖춰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사실상 ‘준하이급’ 전투기로 개발해달라는 뜻이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공군의 요구를 충족하는) 스텔스 쌍발 전투기의 대당 가격은 8000만달러, 스텔스 단발은 6000만달러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이급 전투기 F-35(미국 록히드 마틴사)는 1000대 이상 생산하면 대당 9000만달러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쌍발로 하면 단발과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다. 하이급 전투기와는 가격 차가 1000만달러에 불과하다. 때문에 전투기를 구매하는 나라에선 기왕이면 하이급 전투기를 택할 가능성이 높아 해외 수출길이 막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스웨덴 사브(Saab)가 독자 개발한 미디엄급 전투기 그리핀은 대당 5000만달러 수준이다. 무기 탑재량이 2만2000파운드이고 스텔스 기능도 없지만 1993년이후 총 290대를 생산해 이 중 86대를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T-50 잇단 수출 실패 재연 우려

항공·우주산업 컨설팅업체 틸그룹은 KF-X를 F-35 등 5세대보다 수준이 낮은 4.5세대 전투기로 개발할 것을 한국 측에 조언한 바 있다. 2020년부터 2040년까지 세계 전투기시장 규모는 4500대며 이 중 미디엄급 수요가 3300여대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에 따른 것이다. 한국이 단가 4000만~6000만달러의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면 800대 이상을 해외에 팔아 운영 유지비를 포함해 최대 100조원의 수출실적을 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쌍발은 예상 수출가격이 7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만큼 수출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다.

안영수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실장은 “T-50 고등훈련기는 공군의 요구에 따라 과도한 성능으로 개발된 탓에 가격이 경쟁 기종보다 20~30% 높아 수출이 매번 실패했다”며 “무기체계 개발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해외시장을 고려하는 선진국처럼 군당국이 개발 과정에 민간 전문가나 방산기업 관계자를 적극 참여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