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전문가·野 참여로 국민적 합의 도출 시도
남북관계 악화우려…통일부·민주평통 업무중첩 지적도
수석비서관회의 주재하는 박 대통령/연합뉴스
수석비서관회의 주재하는 박 대통령/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2년차를 맞아 새로운 국정화두로 제시했던 '통일대박론'을 뒷받침할 통일준비위원회가 오는 15일 지각 출범하게 되면서 그 역할이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14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지난 2월 통일준비위원회 발족을 발표한 후 준비해 왔지만 그동안 여러 가지 사정으로 많이 늦어졌다"며 "이제 내일 발표를 하고 적극적으로 활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준헌법기구' 위상…위원·전문위원 70여명 규모 = 통일준비위는 다른 대통령 직속 위원회에 비해 한층 높은 위상을 지닐 전망이다.

헌법상 규정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국민경제자문회의 등 대통령이 의장을 맡는 회의체와 같이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아 전면에서 통일준비를 진두지휘한다는 점에서 '헌법기구'에 준하는 위상을 가지게 된 것.
위원회 자체도 거대 조직이 될 전망이다.

우선 위원 규모가 '50명 이내'로 규정돼 있다.

정부 측에서 기획재정부 장관, 외교부 장관, 통일부 장관, 국방부 장관,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과 외교안보수석 등이 민간 측에서 정부출연연구기관장과 통일 관련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인사 등이 참여한다.

이들 위원은 기능별, 분야별로 분과위원회에 분산 소속돼 활동하게 되며, 분과위에는 전문위원도 둘 수 있다.

위원장은 위원 가운데 정부 측과 민간 측에서 1명씩을 부위원장(장관급)으로 지명할 수 있는데 정부측 부위원장은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유력한 상황이다.

민간측 부위원장으로 누가 위촉될지인데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 이인호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하영선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 내에는 여론 수렴기구도 운영된다.

국회나 분야별 사회단체, 국제사회 등의 여론수렴을 위한 회의체나 자문단을 운영할 수 있는 것.
또 중앙행정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과 공공기관 및 통일준비 관계기관, 단체, 연구소 임직원 등을 파견받아 위원회 업무를 행정적으로 지원하는 사무국도 둘 수 있다.

◇통일준비 본격화…통일정책 합의·'드레스덴구상' 실현 주력할듯 = 정부가 밝힌 통일준비위의 역할과 기능은 통일준비를 위한 기본방향 제시와 제반분야별 통일준비 과제 발굴 및 연구이다.

또 통일에 대한 세대간 인식 통합과 사회적 합의를 촉진하고, 정부 기관 또는 사회단체, 연구기관 간의 협력을 통해 통일준비를 해나가게 된다.

특히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는 만큼 통일에 드는 비용이나 통일 이후 남북간 경제통합 등 경제 분야 준비도 치밀하게 연구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러한 표면적인 역할·기능 말고도 통일준비위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 견해 차가 큰 대북정책에 있어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는 역할도 하게 될 전망이다.

기존의 대북정책이 정부 주도로 입안, 추진되다보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폭넓은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해 오히려 '남남갈등'을 유발했기 때문이다.

위원에 각계각층의 통일전문가가 참여하는 것도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싣고 있으며, 박 대통령이 지난 10일 여야 원내지도부와의 청와대 회동에서 통일준비위에 각당 정책위의장도 동참할 것을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특히 통일준비는 기본적으로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전제로 해야 하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지난 3월 독일 방문길에 내놓은 '드레스덴 구상'을 구체화하고 이를 실현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문제 해결이나 북한의 민생 인프라 구축, 민족동질성 회복을 위한 사회교류 사업 등과 관련한 세밀한 연구와 의견 수렴을 기반으로 다양한 형태의 대북 정책을 마련하고 이를 정부에 건의한다는 것이다.

◇남북관계 개선·기능중복 등 극복 과제도 = 통일준비위가 출범함에 따라 '통일대박론'을 현실화하는 준비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게 됐지만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우선 남북관계가 개선될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북한은 드레스덴 구상에 대해 '흡수통일' 논리라며 비난을 거듭해왔고, 최근 한중 정상회담 이후에는 군사분계선(MDL)이나 비무장지대(DMZ)와 가까운 지점에서 탄도미사일과 해안포·방사포를 잇따라 발사하는 등 군사도발 위협을 계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남북간 관계 개선을 위한 사전 작업없이 통일준비위를 출범하는 것은 오히려 북한을 자극해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도 지적된다.

통일준비위가 통일부나 민주평통과 업무 혹은 기능이 중복되면서 기구 자체가 '옥상옥'이 될 수도 있고, 청와대가 통일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됨에 따라 현업 부처인 통일부의 위상이 약화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정부의 한 관계자는 "통일준비위는 남북 교류나 회담 등 정책 집행기능을 하는 것은 아니고 통일부의 고유 권한은 통일부에 남게되는 것"이라며 "오히려 위원회의 건의를 정부가 수용하는 형태가 되면 대북정책 전환을 좀더 유연하게 할 수 있다는 효과도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차대운 기자 min22@yna.co.kr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