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군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가 한·일 당국 간 정치적 타협의 결과라는 점을 골자로 한 검증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일 관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15일 외교부에 따르면 일본 국회는 이르면 다음주 중 고노 담화 검증 결과를 보고받을 예정이다. 고노 담화는 1993년 8월4일 고노 요헤이 당시 관방장관이 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공개적으로 사죄한 것을 말한다. 중학교 역사교과서에 군 위안부 동원과 난징 대학살 등의 민감한 역사적 문제를 삭제하는 등 우경화 행보를 보이고 있는 아베 정부는 지난 2월 법률 전문가, 언론인 등 5명으로 고노 팀을 만들어 담화 검증 작업을 벌여왔다.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 14일 “담화 검증팀이 ‘일본과 한국 정부 당국자가 ‘물밑 협의’를 통해 문안을 조정했다’는 내용을 보고서에 명시했다”고 보도했다. 일례로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가 위안부를 모집했다’는 담화 문구는 당초 한국에 제시한 초안에는 ‘군의 의향을 받은 업자’로 명시됐지만 한국 측은 ‘지시를 받은 업자’로 명기할 것을 주장했다. 일본 측이 ‘지시한 증거가 없다’며 난색을 표했고 결국 협의를 거쳐 현재 문안으로 수정했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이 같은 검증 결과가 공개되면 고노 담화가 역사적 사실을 담은 것이라기보다는 한·일 간 정치적 협상의 결과물이라는 인상을 일본인에게 심어줄 것으로 전망된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검증 결과 발표 직후 여론 수렴을 거쳐 본격적인 담화 수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이 같은 움직임에 경고하고 나섰다. 정부 당국자는 “고노 담화는 피해자와 일본의 군인, 조선총독부 관계자, 위안소 경영자 등의 증언과 일본 미국 등의 공문서를 바탕으로 한 일본 정부의 조사를 근거로 한 것”이라며 “일본 측이 고노 담화를 검증한다는 구실로 담화 내용을 훼손하는 결과를 발표한다면 정부가 적극 나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역사적 진실과 책임에 대한 입장 자료를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