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표주자인 새정치민주연합은 6·4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9곳을 가져가며 선전했지만 '세월호 심판' 민심을 최대한 끌어내는데 실패했다는 평가다.

외형적으로는 '선전'했지만 '어게인 2010'에 준하는 '승리'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17곳의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서울·광주·대전·세종·강원·충북·충남·전북·전남 등 9곳에서 승리, 기존의 여야간 9대8구도 대비 1곳을 늘리며 지방권력의 과반을 차지했다.

특히 충청권 4곳에서 이례적으로 전승 행진을 이어가며 '중원'에서 교두보를 확실히 구축하고 현역 의원이 전무한 강원도 새벽까지 가는 피말리는 초박빙 접전 끝에 힘겹게 지켜냈다. 무소속의 위협을 받던 텃밭 광주도 수성(守城)에 성공했다.

그러나 민심의 바로미터격인 수도권 3곳 가운데 인천시장 자리를 내주고 서울 1곳만 사수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조성된 여권에 대한 민심이반 흐름에도 불구, 정작 '세월호 심판론'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 채 대안세력으로 인정받는데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전체 성적표'로 볼 때 2016년 총선에서의 승리, 2017년 정권 교체로 이어지는 수권정당 목표에 한걸음 다가섰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수도권에 '구멍'이 생기면서 향후 항로가 순탄하리라고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이번 선거를 진두지휘한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는 충청권 싹쓸이와 강원·광주에서의 승리로 리더십 위기라는 고비를 넘기며 일단 숨통을 트게 됐다.

특히 안 대표는 자신에 대한 신임투표 성격으로 치러진 광주시장 선거에서 측근인 윤장현 당선인이 압승, '체면치레'를 하며 직접적인 책임론은 비켜가게 됐다. 이에따라 김·안 지도부는 정부의 '무능·무책임'을 내걸고 정국 주도권 확보를 시도하며 7·30 재보선 승리에 올인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도권에서 저조한 성적표를 올린 것을 놓고 계파간 설왕설래가 이어지면서 선거 승패를 둘러싼 내홍이 불거지는 등 후유증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그동안 신주류에 밀렸던 친노(친노무현)·구주류는 이러한 틈새를 파고 들며 목소리를 키워갈 공산이 적지 않아 보인다.

친노 진영의 좌장인 문재인 의원은 자신이 측면지원한 무소속 오거돈 후보가 부산에서 석패해 아쉬움을 남겼다. 세월호 정국에서 현 정부 심판론의 깃발을 들고 각을 세웠던 연장선에서 대여 선명성으로 김·안 대표와 차별화를 꾀하며 정치적 입지확대를 모색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통합 이후 김·안 대표와 '불편한 관계'를 이어온 손학규 상임고문은 선거전 막판 광주 선거와 관련, "누가 돼도 우리 식구"라고 윤 당선인 지원에 거리를 두면서 흠결이 간 측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한경닷컴 뉴스룸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