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28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한 뒤 머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28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한 뒤 머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칙과 소신, 청렴 이미지를 갖춘 개혁 적임자.’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명된 지난 22일 청와대와 여권의 기대는 높았다. 하지만 지명 직후 제기된 각종 의혹은 많은 국민을 실망하게 만들었다. 안 후보자는 재산 환원 등을 밝히며 승부수를 띄웠지만 이미 여론은 차갑게 식은 뒤였다.

◆국가 개조 외쳤지만

박 대통령이 2기 내각의 간판으로 안 후보자를 선택한 것은 정부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카드였다. 안 후보자는 지명 직후 기자회견에서 “제게 국무총리를 맡긴 것은 수십년 적폐를 일소하라는 것으로 이해한다”며 “대통령이 여러 차례 밝힌 대로 국가 개조를 위해 헌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때만 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는 비교적 순조롭게 통과할 것으로 예상됐다. 약점이라면 안 후보자가 여권의 텃밭인 PK(부산·경남) 출신(경남 함안)으로 분류되는 점과 정홍원 총리에 이어 또다시 법조인이라는 점 정도였다.

◆끊이지 않은 의혹

지명 다음날인 23일부터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서울 용산에서 변호사 활동을 하면서 16억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전관예우 논란도 커졌다. 안 후보자는 “송구스럽지만 청문회에서 해명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의혹은 하나로 끝나지 않았다. 안 후보자가 지난해 11월 국세청 세무조사감독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고, 다음달 나이스홀딩스가 영등포세무서를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 취소 소송에서 항소심 변론을 맡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안 후보자의 동서인 이영수 KMDC 회장이 전임 이명박 정부 시절 해외 자원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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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구입한 서울 회현동의 78평짜리 아파트도 논란이 됐다. 16억2000만원에 달한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안 후보자 측은 “할인 분양 광고를 보고 12억5000만원에 구입했고 현재 거주 중”이라고 해명했지만 아파트 매도시 양도세를 줄이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11억원 환원 약속도 안먹혀

청문회와 함께 ‘예비 총리 수업’에 들어가기로 한 안 후보자의 계획엔 제동이 걸렸다. 안 후보자는 26일 국회에 임명동의안이 제출되는 때에 맞춰 “변호사 활동으로 늘어난 재산 11억여원을 모두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부 시점이 총리 지명을 받은 때와 맞물리면서 그 ‘본심’마저 의심받기 시작했다. ‘기부금 총리’라는 여론의 비판이 이어졌다. 야권이 전방위 공세에 나선 데 이어 여론마저 차갑게 돌아서는 기미가 보이자 결국 사퇴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 후보자는 이날 사퇴 기자회견에서 “전관예우라는 오해나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 행동 하나하나에 조심했다”며 “억울하거나 가난한 사람들을 늘 지지하고 이들의 편에 서는 것도 잊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명된 후 전관예우를 비롯한 여러 의혹으로 국민 여러분을 실망시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기부 약속은 지킨다는 입장이다. 국가 개조를 위해 “대통령께 가감없이 진언하겠다”며 책임총리를 자청하던 엿새 전의 위풍당당함은 어느새 사라졌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