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제가 정착된 3공화국(1963~1972년) 이후 국무총리를 가장 많이 배출한 직업군은 대학 교수로 나타났다. 전두환 정권 때인 5공화국 전에는 군인과 관료 출신이 득세했지만 1987년 직선제 실시 이후에는 교수, 정치인 출신이 많아졌고 최근에는 법조인 출신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추세다.

[법조인 총리] 3공화국 이후…교수 출신 12명·관료 출신 7명 順
23일 한국경제신문이 3공화국 이후 임명된 총리 36명(중임 및 안대희 후보자 포함)을 분석한 결과다. 이 중 교수(교육가 포함) 출신이 12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관료(7명), 법조인(6명), 정치인(5명) 출신 순이었다.

교수 출신 총리는 남덕우 전 총리가 사실상 처음이다. 서강대 교수와 미국 스탠퍼드대 초청교수를 지낸 남 전 총리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69년 재무부 장관에 발탁된 데 이어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거쳐 1980년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자리에 올랐다. 전두환 대통령 땐 김상협 고려대 총장이 총리에 발탁됐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막힌 곳은 뚫고 굽은 것은 펴겠다”고 결기를 보였지만 결국 군사정권의 ‘대독총리’에 그쳤다는 평가를 들었다.

노태우 정부는 교수 출신 전성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기간 임명된 5명의 총리 가운데 이현재·노재봉·정원식·현승종 전 총리 등 4명이 대학 총장이나 학장 등을 지낸 교수 출신이었다. 민주화 바람으로 군사 독재에 대한 여론의 반감이 커지자 이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교수 출신을 중용한 측면이 컸다.

김영삼 정부의 이영덕·이홍구·이수성 전 총리도 교수 출신이었다. 여야 간 정권 교체가 이뤄진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선 교수 출신이 자취를 감췄다가 이후 이명박 정부에서 한승수·정운찬 전 총리가 교수 출신 총리의 맥을 이었다.

관료 출신은 박정희·전두환 대통령 시절 중용됐다. 최규하·신현확·진의종·노신영 전 총리가 대표적이다. 최 전 총리는 총리가 되기 전 농림부와 외무부 관료를 거쳐 외무부 장관에 올랐다. 신 전 총리는 경제기획원 장관과 부총리를 역임했다. 고도 성장기에 경제 발전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내각 수반에 오른 것.

법조인 출신의 첫 총리는 김영삼 정부 시절 이회창 전 총리였다. 대법관과 감사원장을 지낸 이 전 총리는 ‘대쪽 총리’ 이미지를 바탕으로 여권의 대선 후보 자리를 거머쥐기도 했다. 김대중 정부에선 판사 출신 정치인인 이한동 전 총리, 대법관과 선거관리위원장을 지낸 김석수 전 총리가 법조인 총리로 분류된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