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대국민담화 / 官피아 척결] "올 것이 왔다…이 정도일 줄은… "
예상보다 훨씬 강력한 ‘관피아’ 근절 대책이 발표되자 관료 사회는 시쳇말로 ‘멘붕’에 빠졌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주요 경제부처 공무원들은 “올 것이 왔다”면서도 “이 정도로 센 대책이 나올지는 미처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산업부의 한 국장은 “세월호 침몰로 정부에 대한 신뢰가 곤두박질치면서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막상 발표 내용을 보니 당혹스럽다”고 혀를 내둘렀다. 또 다른 과장은 “이제 50대 초·중반에 산하기관과 협회 등으로 줄줄이 자리를 찾아 나가는 행렬을 지켜보는 일은 끝났다”며 “만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정년 60세 보장과 인사 적체 문제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농식품부의 한 국장은 “앞으로 1급 승진이 안 됐다는 이유로 대책 없이 나가라는 소리는 없어야 할 텐데 걱정”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복지부의 한 사무관은 “아직 젊은 공무원들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지만 맥이 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며 “어떡하든 정년 60세까지 일할 수 있는 방도를 찾아야 하는 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드러내놓고 큰 소리는 내지 못하지만 불만도 적지 않다. 산하 공기업과 공공기관 등에 관료 출신을 배제한다고 민·관 유착의 병폐가 근절될 것인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기재부의 한 고위 공무원은 “관피아를 없앤다고 모든 적폐가 사라질까”라고 반문하면서 “관료 대신 민간인을 그 자리에 앉히더라도 또 다른 이해관계 속에서 유착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조진형/김재후/심성미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