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연평도 인근에 50여발
한·미정상회담 대북공조에
분쟁지역화 겨냥 '무력시위'
北, 또 서해 포격 도발…NLL 넘지는 않아

북한군이 한 달도 안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 포사격을 했다.

합동참모본부는 29일 북한군이 이날 오후 2시부터 10여분간 백령도 동북방 월래도(북한) 남쪽 해역과 연평도 서북방 무도(북한) 남쪽 해역 2곳에 50여발의 포탄을 쐈다고 발표했다. 서쪽 장산곶에서 동쪽 대수압도 인근에 이르는 120㎞ 해상의 7개 구역에 500여발의 포사격을 한 지난달 31일에 비해 사격 규모가 크게 줄었다.

지난달에는 해안포와 방사포 등 다양한 화기를 동원했지만 이번에는 130㎜ 해안포 위주로 2곳에 비슷한 규모의 사격을 했다. 100여발이 남측 해상으로 넘어와 우리 군이 300여발을 대응사격한 지난달과는 달리 포탄은 NLL 이북 최대 3㎞ 지점에 떨어졌다. 우리 군도 대응사격하지 않았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훈련계획에 따른 사격이라는 전통문 내용을 따르는 모양새를 보였다”며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려면 관계기관의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령도에서 월래도까지의 거리는 7㎞, 연평도에서 무도는 11㎞에 불과하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최소 수량의 포탄을 쏘면서 사격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월래도와 무도 남측 해상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며 “공공연한 도발로 북한에 대한 반감을 키우기보다는 세월호 참사로 국민이 원통해 하는 남측 상황을 고려하는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북한군은 이날 오전 8시52분께 해군 2함대 사령부에 전통문을 보내 서해 NLL 인근 2개 지역에서 사격훈련을 하겠다고 통보했다.
< 긴급 대피한 연평도 학생들 > 서해 연평도 연평중·고등학교 학생들이 29일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 2곳에서 북한의 사격 훈련이 진행되자 대피소에 모여 있다. 연합뉴스

< 긴급 대피한 연평도 학생들 > 서해 연평도 연평중·고등학교 학생들이 29일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 2곳에서 북한의 사격 훈련이 진행되자 대피소에 모여 있다. 연합뉴스

북한군의 이번 사격은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무력 시위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 분석된다. 훈련을 빙자해 서해 NLL에 긴장감을 높여 한·미 양측을 압박하겠다는 ‘저강도 전략’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서해 5개 섬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불안감을 확산시키고 우리 군의 대비태세를 확인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군이 남한 주민이 거주하는 서해 5도 해역에 포사격을 연이어 실시하는 데에는 연평도와 백령도 부근을 준분쟁지역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며 “압박 강도를 높여 가면서 우리나라와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려는 중장기 목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북한군이 백령도와 연평도 쪽으로 사격을 하면 (북측 포의) 오차에 따라 NLL 이남 해상으로 넘어올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알면서도) 우리 NLL 쪽으로 사격 방향을 잡은 것은 도발할 의도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승욱 선임기자/김대훈 기자 swchoi@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