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동 기자회견 > 박근혜 대통령(오른쪽)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 공동 기자회견 > 박근혜 대통령(오른쪽)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미국은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이행이 더디다며 원산지 규정이나 자동차 금융 의료장비 등의 분야에서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했다. FTA 체결에도 불구하고 관세 혜택 등 실익이 크지 않다는 미국 산업계의 주장을 대변한 것이다.

하지만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 간 정상회담에서는 FTA 이행 문제와 관련, 양측 간에 날 선 대화는 오고 가지 않았다. 민감한 현안이었던 원산지 인정 문제에 대해 정상회담을 앞두고 두 나라 통상 당국 간 사전 조율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상대방이 제출한 원산지 자료를 인정하는 기준이 까다로워 서로 관세 혜택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 상당 수준 이견이 좁혀졌다”고 말했다. 예컨대 농산물의 경우 지금까지는 자국산임을 증명하는 기준이 품목마다 다르고 요구 사항도 까다로웠지만 앞으로는 상대국 정부에서 발급한 원산지 증명서가 있으면 상호 관세 혜택을 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대표적으로 논란이 됐던 품목인 오렌지주스 농축액의 경우 원산지 증명 문제가 해결돼 수입시 특혜 관세 혜택을 받는다. 마찬가지로 원산지 규정과 위생검역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해 미국 수출이 어려웠던 한국산 삼계탕은 앞으로 한국 정부가 검역증명서를 발급하면 미국에서도 특혜 관세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다만 “미국 측이 무역장벽이라고 주장하는 한국의 저탄소 자동차 협력금(탄소세) 도입 문제 등 다른 현안에 대해선 시간을 두고 추가 논의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적극 밀어붙이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미국 일본 호주 등 12개국이 협상에 참여 중인 다자 간 FTA) 문제에 대해 두 정상은 원론적인 수준에서 의견을 교환했다. 이는 앞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TPP 조기 출범과 관련, 진전된 합의 도출에 실패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오바마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TPP 조기 출범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냈다면 한국 측에도 TPP 참여를 강력히 요청했겠지만 그러지 못한 만큼 ‘한국의 TPP 관심 표명에 미국은 환영한다’는 정도의 의견 전달에 그쳤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가진 업무만찬 자리에서는 “한·미 FTA가 TPP의 좋은 모델이 됐으면 좋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TPP 협상 참여국 간 논의 동향, 참여 시 경제적 이해득실, 국내 여론 수렴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최종 입장을 결정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와 관련, 통상 당국 한 관계자는 “TPP를 주도하는 미국과 일본의 협상이 좌초돼 참여국 간 조기 출범을 위한 논의 속도가 예상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의 TPP 참여 여부 결정 시점도 그만큼 더 늦어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정종태/심성미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