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팔기 급급하던 지자체 도시공사, '토지리턴 폭탄'에 전전긍긍
인천도시공사는 2012년 매각한 청라지구 A12블록 아파트 용지 8만2896㎡의 주인을 다시 찾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한번 팔았던 땅의 주인을 다시 찾는 이유는 매각 방식 때문이다. 인천도시공사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용지를 사려는 업체가 나타나지 않아 유동성이 떨어지자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매수자가 원하면 원금에 이자를 붙여 되사주는 토지 리턴제로 이 땅을 팔았다. 땅주인인 교보증권은 7월부터 리턴(계약 해지)을 요구할 수 있는데 이 경우 2300여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도시공사들이 각종 용지매각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한 토지 리턴제가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10일 안전행정부 등에 따르면 토지 리턴제로 땅을 매각했던 경기·인천·용인·대구도시공사 등은 매수자들이 리턴을 요구하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개발한 용지들이 팔리지 않아 재정 상황이 좋지 않던 지자체 도시공사들로서는 리턴 토지 재매각 실패는 심각한 경영난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인천도시공사는 청라지구 외에도 영종하늘도시에서도 토지 리턴제로 아파트 용지를 팔았다. 두 곳의 땅이 모두 계약 해지되면 이자까지 4000여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하다. 인천도시공사는 부채비율이 305%여서 지방채 발행제한 기준(300%)에 걸려 채권 발행도 안 된다. 재매각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용인도시공사는 토지 리턴제로 부도 위기에 몰렸다. 용인시청 건너편 명지대 용인캠퍼스 입구 역북지구 개발사업을 벌이면서 자금난에 처하자 아파트용지 8만3807㎡를 1808억원에 토지 리턴제로 매각했다. 이 땅을 매입했던 개발업체는 땅값이 비싸 아파트를 짓더라도 분양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지난해 말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 용인도시공사는 시의회의 채무보증을 받아 지난 1월 이자를 포함해 1900여억원을 돌려줬다. 용인도시공사는 부채비율이 높아 지방채 발행이 불가능하고 시의회도 더 이상의 채무보증이 힘들다는 입장이어서 오는 24일과 다음달 각각 만기가 돌아오는 200억원의 지방채를 상환하지 못하면 ‘사상 첫 부도 공기업’이 된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는 “돈이 된다고 하니까 도시공사를 세우고 주먹구구식으로 용지개발 사업을 벌인 점이 토지 리턴제라는 유인책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만든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토지 리턴제에 대한 폐해를 감안, 관리를 강화키로 했다. 안행부는 지방재정법상 토지 리턴제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지방의회의 의결을 받지 않고도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지방재정법 개정을 추진해 왔다. 개정안이 4월 국회를 통과하면 10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김영철 안행부 공기업과장은 “토지 리턴제에 따른 피해는 지방공기업을 방만하게 경영해온 지자체장의 책임”이라면서도 “지방채 발행 기준을 엄격하게 지키고 토지 리턴제 등 우발채무를 발생할 수 있는 요인에 대해선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 토지리턴제

토지 매수자가 매매계약 후 일정 기간이 경과됐을 때 리턴(환불)을 요구하면 계약보증금은 원금으로, 계약보증금 외 납부금액은 원금에 이자를 붙여 반환해 주는 거래 방식. 매수자의 사업 리스크를 줄여 토지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도입됐다.

박기호 선임기자/강경민 기자 kh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