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공천여론 비등…불협화음 정리위한 '궁여지책'
여론조사 50% 반영 놓고 당내 일각 의구심 보여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8일 기초선거 무(無)공천 주장에서 한발짝 물러나 당원투표와 여론조사로 공천 여부를 다시 묻기로 했다.

기초공천을 둘러싸고 간단없이 이어지고 있는 당내 불협화음을 정리하고 단일대오로 6·4 지방선거 승리를 준비하겠다는 절박한 심경에서 나온 처방으로 보인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탄생의 탯줄격인 무공천 입장에 '대못'을 박았던 지금까지의 입장에서 외견상 '후퇴'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특히 정치인 안철수 입장으로 좁혀보면 정계입문 후 고비마다 기왕의 결정에서 급선회하거나 발을 빼는 모습을 재연하는 것이어서 신뢰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 무공천 재조사 선회배경은…'4번째 발빼기' 비판도 = 평소 "약속을 지키는 것이 새정치"라며 '약속 대 거짓'의 구도로 지방선거를 치르려던 안 대표가 자신의 공약이기도 한 무공천 입장을 다시 묻겠다는 결정은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투표 결과에 따라 자신의 정치적 브랜드와도 같은 '새정치'의 원칙을 훼손하고 민주당과의 통합 명분을 스스로 저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안 대표는 전날 오전까지도 '끝까지 정면돌파로 간다'며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그럼에도 당원과 국민의 의사를 다시 묻기로 한 것은 무공천 방침으로 인한 기초선거 궤멸 우려로 당내에서 재검토 내지 철회 압박이 강했기 때문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안 대표는 당원투표로 묻는 게 후퇴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지도자의 결단으로 무공천으로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의원들 사이에서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자 원칙의 일관성에다 결정의 민주성을 보완해 빨리 종지부를 찍자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김한길 공동대표가 원내외 인사들의 의견을 두루 수렴했고, 문재인 의원이 "당원투표만으로 결정하기 어렵다면 국민 50%, 당원 50%로 하는 게 어떻겠냐"며 수정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 대표의 한 측근 인사는 "'회군'이 아니라 정면돌파하겠다는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당내 논의가 있으니 최종적으로 국민과 당원의 뜻을 물어서 따르려고 하지만 다시 한번 지지해 줄 것을 믿는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결정을 되돌릴 가능성이 있는 선택을 한 것이 또다시 중대 사안을 놓고 발을 빼는 모습으로 보일 염려도 크다.

과거 안 대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에게 양보한 사례, 지난 대선에서 후보직에서 물러난 사례, 신당 창당을 목전에 두고 민주당과 통합을 결정한 사례에 이어 네 번째로 '뒷심 부족'을 드러내 지지층을 실망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 여론조사 50%에 당내 의구심도 = 이번 결단이 당내 갈등을 완전히 봉합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당원들에 비해 무공천에 찬성할 가능성이 큰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50% 끼워넣은 것이 사실상 무공천 강행의 명분쌓기를 위한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우원식 최고위원은 "다시 묻는다면 당원투표를 해야지, 여론조사와 당원투표를 섞는 안이라면 반대한다"며 "국민과 당원을 50%씩 조사하면 그냥 무공천 유지로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교체·정당 재구성을 위한 혁신모임' 소속의 윤관석 의원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어떤 식으로든 정리하고 갈 수 있는 절묘한 선택"이라면서도 "당이 결정해야 할 문제를 국민에게 넘겼다는 점에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거꾸로 안 대표 측근들 사이에서는 이번 결정이 '후퇴'라는 반발 기류도 감지된다.

실제로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친안(친안철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조경태 최고위원은 "바보같은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해 격론이 벌어졌고, 이용경 표철수 최고위원도 "약속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도부가 국민들에게는 "통과의례가 될 것"이라며 무공천 약속을 재확인하는 절차에 불과하다고 강조한 반면, 당내에서는 "기초공천으로 가닥이 잡힐 것"이라며 반대파를 설득한 것으로 드러나 '조삼모사' 행보라는 지적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당의 간부가 '기초공천으로 가닥을 잡고 국민여론 50%, 당원투표 50%로 확정한다'고 이야기를 했다"면서 "언론에는 '무공천으로 간다'고 한 것이 사실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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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건택 송진원 임형섭 기자 firstcircle@yna.co.krsan@yna.co.kr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