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곤혹스런 지도부 > 안철수(왼쪽 두 번째), 김한길(세 번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7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입법 관철 결의대회’에 참석해 각각 오영식 의원(맨 왼쪽), 당 관계자와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 곤혹스런 지도부 > 안철수(왼쪽 두 번째), 김한길(세 번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7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입법 관철 결의대회’에 참석해 각각 오영식 의원(맨 왼쪽), 당 관계자와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의 단독 회동 제안을 공식 거부했다. 안 대표가 지난달 30일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문제와 관련, “대선 때 이를 공약한 박 대통령께서 ‘결자해지’해 달라”며 회담을 제안한 지 8일 만이다. 안 대표가 지난 4일 청와대를 직접 찾아가 대통령과의 면담을 신청하고 7일까지 답변을 달라고 한 데 대해 일단 시한 자체는 지킨 셈이다.

그렇지만 결국 공약을 지키지 않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중이 최종 확인된 만큼 ‘기초선거 무공천’을 재검토하자는 새정치연합 내부 반발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아울러 이를 연계 고리로 옛 민주당과 통합한 안 대표 역시 정부·여당을 향한 투쟁 강도를 한층 높여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안 대표를 방문해 박 대통령의 뜻을 직접 전달했다. 박 대통령은 “기초공천 폐지는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로 여야 간 논의를 통해 국회에서 합의하는 게 선결돼야 한다”며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할 게 아니라 여야가 합의를 이뤄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과의 회동 문제와 관련해서는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 만나는 것은 선거 중립 등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며 “선거가 끝난 뒤 민생과 국익을 논의하기 위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에 안 대표는 “그럼 대선 때는 (기초공천 폐지가) 선거법 개정 사항인 줄 몰랐느냐”며 “지금 대통령이 제1야당 대표를 만난다고 해서 누가 선거 개입이라고 하거나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 삼겠느냐”고 반문했다.

안 대표는 박 수석과의 회동 직후 기자들을 만나 “(공약 파기에 대한) 사과나 양해는 아닌 걸로 생각한다”며 “(앞으로의 계획은) 숙고해 보겠다”고 말했다. 숙고의 범위에 ‘기초선거 무공천’ 재검토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기초선거 무공천’이 합당 명분이었던 만큼 재검토하기가 쉽지 않다. 일단 금태섭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기초 무공천) 방침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고 재확인했다.

안 대표는 8일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의견 수렴을 거친 뒤 이날 중 ‘무공천 고수’를 재확인하고 향후 구상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무공천’에 대한 당내 반발 기류가 만만치 않아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청래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안 대표의 명분도 중요하지만 3000명 후보들의 생명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