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서해 해상 포격 도발] 南 해상 떨어지자 즉각 응징…'3배수 보복 원칙' 300여발 응사
북한군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 대한 포사격은 31일 낮 12시15분, 미리 지목했던 7곳의 탄착 지점을 대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됐다. 북한은 100㎜ 해안포와 해상 화력지원 함정에 실린 122m포, 사단 및 군단 소속의 240㎜ 방사포 등 다양한 화기를 동원했다.

오후 2시께 시작된 2차 사격부터는 북측이 ‘제2구역’으로 지목한 백령도 동쪽 해상으로만 포탄을 쐈다. 모두 500여발을 쐈고, 이 중 100여발이 NLL 남측 해상으로 넘어왔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이 NLL 이남으로 쏜 100여발이 침범한 곳은 전부 백령도 인근 지역”이라며 “이 해상은 지난 27일 북한 어선을 나포하는 일이 발생하는 등 군사적으로 가장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북측이 쏜 포탄은 NLL 이남 최대 3.6㎞ 지점까지 떨어졌다.

◆“계획된 도발”…예고 왜?

백령도에 주둔 중인 해병대는 NLL 이남에 포탄 탄착을 확인한 즉시 K-9 자주포를 동원해 대응사격을 했다. F-15K, F-16 전투기도 서북 NLL 인근 남측 해상으로 출격해 초계비행에 들어갔다. 군은 오전 10시께 서해 5도 지역에 대피를 예고한 뒤 낮 12시쯤 연평도 백령도 대청도 주민 등을 대상으로 긴급 대피령을 내렸다. 군당국은 북한이 오후 3시30분 마지막 포를 쏜 후 화력지원 함정과 해안포 등 화기를 철수시킨 것으로 파악하고 4시30분 주민 대피령을 해제했다.

북한 서남전선사령부는 이날 이례적으로 오전 8시께 해군 2함대 사령부로 NLL 인근 7개 지역에서 해상 사격을 하겠다는 내용의 전통문을 보냈다. 북측이 지목한 해상사격구역은 서쪽 장산곶에서 동쪽 대수압도 인근으로 우리 측에선 백령도와 소연평도에 이르는 120㎞가량의 해상이다.

북측은 해상사격구역에 우리 측 선박이나 함정이 들어가지 않도록 조치를 하라고 요구했다. 군은 주민과 선박에 접근 금지를 알리고 북측에 포탄이 NLL 남측 구역으로 떨어지면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도 통보했다.

군 당국자는 “노무현 정부나 김대중 정부 당시에는 북측이 해상사격 훈련을 알려 준 적이 있지만 이명박 정부 이후에는 사전 연락을 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군은 북측이 이날 한·미 해병대 주관으로 실시한 연합상륙훈련과 4월23일까지 진행되는 한·미 독수리 연습 등에 대응하면서도 남북 관계를 파탄으로 끌고 갈 빌미는 제공하지 않겠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라 이 같은 ‘사전통보’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장병과 민간인이 2명씩 사망하고 26명이 부상했던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과 같은 영토에 대한 직접적인 무력 도발은 피한 것이다.

북측이 미리 훈련 계획을 통보한 것은 우리 군의 강력한 대응 조치를 감안했기 때문으로도 볼 수 있다. 군은 최근 천안함 도발 4주기를 계기로 해군 해상기동훈련을 하는 등 북한의 NLL 도발 대비 대응 태세를 높여놓은 상황이다.

◆2010년 무대응과 달리 이번엔 강경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북한이 도발하면 선보고 후조치를 통해 강력 대응하라고 여러 번 지시한 바 있다.

최윤희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지난 25일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이 도발하면 먼저 간 전우들의 한을 풀어주는 기회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단호하고도 가차 없이 응징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실제 이날 우리 군은 ‘필요충분원칙’(필요한 이상 충분한 규모로 대응한다)에 따라 NLL을 넘어온 북한 포탄 수(100여발)의 세 배를 북측 해상으로 날려보냈다. 북측이 2010년 8월 서해상으로 117발의 해안포를 사격해 이 가운데 10여발이 백령도 북쪽 NLL 이남 1~2㎞ 해상으로 떨어질 당시 대응사격을 하지 않아 논란이 됐을 때와는 대조되는 강도 높은 대응이다.

합참은 “군은 한·미 공조 아래 북한군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전 지역에서 경계 및 감시를 강화했으며 대비태세를 격상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이 같은 도발에 대해 유엔군사령부는 군사정전위원회 비서장 명의로 “북한은 서해에서 사격을 즉각 중단해야 하며 모든 호전적 행위를 중지하라”며 “북측의 행위는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며 역효과를 초래할 뿐”이라고 경고했다.

최승욱 선임기자/김대훈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