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님을 오늘 만나서 반갑스무니다.”

2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담. 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 이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인사말과 모두발언을 하던 도중 난데없이 고개를 옆으로 돌려 박 대통령을 쳐다보며 서툰 한국어로 인사말을 건넸다.

박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예상 못한 한국어 인사말에도 앞을 쳐다보며 별다른 표정을 짓지 않았다. 일본 교도통신은 당시 장면을 전하며 “아베 총리는 딱딱한 분위기를 깨려는 듯 미소를 띤 채 인사말을 건넸지만 박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응했다”고 전했다.

이날 회담은 오바마 대통령의 초청 형태로 이뤄진 만큼 장소도 헤이그 시내 미 대사관저로 잡혔다.

회담장에 먼저 도착한 오바마 대통령은 냉각된 한·일 관계의 중재자를 자임한 듯,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악수도 이끌어냈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한·일 정상이 공식 대면한 건 2012년 5월 이명박 전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총리와의 회담 이후 22개월 만이고, 박 대통령 취임 뒤 처음이다.

회담을 중재한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오른쪽에 박 대통령이, 왼쪽에 아베 총리가 앉은 가운데 회담 테이블 중앙에 앉아 모두발언을 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자리에 앉을 때는 의자를 뒤로 빼주는 모습도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모두발언 말미에 한·일 정상에게 회담에 나와준 것에 사의를 표하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을 “마담 프라임 미니스터(Madam Prime Minister·총리님)”라고 지칭했다가 곧바로 “마담 프레지던트(Madam President·대통령님)”라고 고쳐 말하기도 했다.

헤이그=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