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 개회식에서 선도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 개회식에서 선도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907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평화회의. 당시 고종황제는 이준, 이상설, 이위종 등 3명을 황제 특사로 파견해 만국평화회의 의장에게 친서를 전달하고 1905년 일제의 강압으로 체결된 을사늑약이 무효임을 주장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일본의 방해와 열강 정부 대표들의 냉대, 무관심 속에 본회의장에 입장조차 하지 못했다. 이준 열사는 분함을 삭이지 못하고 끝내 객지에서 숨을 거뒀다.

그로부터 107년이 지난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은 같은 장소에서 열린 국제회의(핵안보정상회의)에 전임 의장국 자격으로 환대를 받으며 참석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정상으로선 드물게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의 오찬과 만찬에 동시에 초대받았다. 오찬에는 네덜란드 출신인 거스 히딩크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과 현지 PSV 아인트호벤에서 뛰고 있는 박지성 선수도 참석했다.

이기철 주네덜란드 대사는 “국왕의 오찬과 만찬 초청을 받은 정상은 박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둘뿐”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는 박 대통령에게 방탄차를 제공했다. 방탄차는 6개국 정상에게만 제공됐다.

박 대통령의 네덜란드 방문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11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유럽을 방문하면서 헤이그를 들렀다.

박 대통령은 24일 국왕과의 오찬에 앞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다. 두 정상은 네덜란드가 강점을 가진 해양 풍력과 농업, 원자력, 뇌연구 등의 분야와 한국이 앞선 정보통신기술(ICT) 등의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양국 청년들이 상대국의 언어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한·네덜란드 워킹홀리데이’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양국 젊은이들은 12개월간 유효한 취업관광 비자를 발급받아 오는 6월1일부터 상대국에서 관광, 취업, 어학연수를 병행할 수 있게 됐다.

헤이그=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