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교육청·경찰·건보공단, 동시다발 개인정보 열람
靑비서관실 연루…"공직자 관련 비리첩보 확인 차원" 주장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청와대 소속 또는 파견 직원들이 뒷조사를 벌인 정황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모(12)군 모자의 각종 개인정보를 조회한 것으로 확인된 기관은 현재까지 4곳이다.

이들은 모두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전산망을 이용해 채군과 그의 어머니 임모(55)씨, 채 전 총장 사이의 혈연·가족관계를 알아보려 했다.

개인정보를 조회한 시기가 혼외아들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석 달 전인데다 서로 다른 분야의 기관들이 거의 동시에 채 전 총장 주변을 캐고 나선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청와대를 정점으로 한 '배후'가 있다는 의심이 가시지 않고 있다.

◇공공기관 4곳서 '채동욱 뒷조사' = 검찰 수사에서 뒷조사가 가장 먼저 들통 난 곳은 서울 서초구청이다.

검찰은 조이제(54)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이 지난해 6월11일 조오영(55) 전 청와대 행정관의 부탁을 받고서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를 무단 조회한 혐의를 잡고 지난해 11월20일 구청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들을 수차례 불러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돼 보강수사를 벌여왔다.

올해 1월 들어서는 국가정보원이 서울 강남교육지원청을 통해 채군의 정보를 탐문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유영환 교육장을 불러 지난해 6월 국정원의 정보관(IO)으로부터 "채군 아버지의 이름이 검찰총장과 같은지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받고 채군이 다닌 초등학교 교장에게 전화로 이를 문의한 정황에 대해 조사했다.

검찰 수사는 이후 두 달여 동안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가 청와대에 파견 나간 현직 경찰 간부가 또다른 경로로 뒷조사를 시도한 정황을 포착하면서 활로를 찾았다.

검찰은 지난해 6월 서울 서초경찰서 반포지구대에서 채군 모자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지 등이 조회된 사실을 파악하고 당시 경찰 내부망에 접속한 박모 경장 등 일선 경찰관 서너 명을 소환됐다.

박 경장에게 주민번호 조회를 부탁한 인물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 소속 김모 경정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지난해 6월 국민건강보험공단 한모 과장이 채 전 총장의 내연녀로 지목된 임씨의 주민등록번호 등 인적사항을 조회한 정황도 드러났다.

◇청와대 연루 정황 잇따라 = 검찰은 4건의 개인정보 조회가 모두 지난해 6월 국정원의 '댓글사건' 수사결과 발표를 전후해 집중적으로 이뤄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일선 기관 차원이 아니라 청와대를 비롯한 '윗선'의 지시에 따라 뒷조사가 조직적으로 이뤄졌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당시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데 대해 여권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석 달 전에 여러 기관에서 동시다발적인 뒷조사가 진행된 점도 배후를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복수의 청와대 직원이 뒷조사에 직접 연루된 사실은 이미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서초구청에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 조회를 요청한 조오영 전 행정관은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소속이었다.

그는 채 전 총장의 비위를 확인해 볼 업무상 이유가 전혀 없는 시설담당 직원으로 일했다.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 파견 근무 중인 김 경정은 일선 지구대에 직접 찾아가 채군 모자의 인적사항을 탐문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김 경정은 지구대 직원에게 자신의 신분증을 제시하면서 경찰 전산망을 조회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靑 "첩보 확인 차원"…'찍어내기'냐 공직자 감찰이냐 = 유영환 서울 강남교육지원장과 국민건강보험공단 한모 과장 역시 누군가의 요청이나 지시 없이 자발적으로 채군 모자의 개인정보를 확인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교육과 복지 분야를 각각 담당하는 교육문화·고용복지수석비서관실이 인맥을 동원해 뒷조사를 측면 지원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 내에서 채 전 총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한 4곳의 비서관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찍어내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 참모진이 조직적으로 뒷조사에 나섰더라도 임씨의 비리에 채 전 총장이 연루됐는지 파악하기 위한 공직자 감찰 차원이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각 기관에서 조회된 개인정보는 주로 채 전 총장과 채군 모자 사이의 내연·혈연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이뤄졌다.

당시 민정수석실은 임씨가 채 전 총장의 이름을 팔며 사건에 개입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확인 차원에서 김 경정을 일선 지구대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채 전 총장과 임씨의 관계를 정확히 확인하지 못하다가 검찰이 임씨의 공갈 혐의 등에 대해 수사에 착수하자 관련 첩보를 검찰에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24일 오전 "채 전 총장의 처를 자칭하는 여성과 관련된 비리 첩보를 입수해 관련자 인적사항 등을 확인한 사실이 있다"며 민정수석실 차원에서 사실상 내사를 벌였음을 시인했다.

이런 해명에도 공직기강 업무와 관련이 없는 총무비서관실 등이 왜 하필 민감한 시기에 채 전 총장의 뒤를 캐고 다녔는지는 여전히 석연치 않다.

비리 첩보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일부 위법을 감수했다는 명분을 내세운다면 검찰로서는 찍어내기를 위한 뒷조사인지, 공직자 비리 감찰의 일환이었는지 밝혀낼 방법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김동호 기자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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