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론 버리고 명분 선택…인재확보 어려움 관측도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 새정치연합이 6·4 지방선거를 100일 앞둔 24일 기초선거 정당공천 포기라는 승부수로 기성정당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인 25일까지 정당공천제 폐지 공약에 관한 대통령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지만, 사실상 공약 이행이 '물 건너갔다'고 보고 하루 먼저 과감히 치고나간 셈이다.

'현실론'과 '명분론'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신생 정당으로서 국민과의 약속이라는 명분에 무게를 더 실은 결과로 풀이된다.

안 의원이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공천 포기를 선언한 뒤 "저희가 국민 여러분께 드린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저희들은 새정치를 할 명분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것이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당초 새정치연합 내에서도 창당 과정에서의 조직화와 지방선거 준비를 위해 현행 공천제도가 유지될 경우 당연히 공천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지만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안 의원 본인의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안 의원은 회견에서 "저희 당의 이름으로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뜻을 가진 분들이 적지 않고, 이 부분이 창당의 주요 동력이 될 수 있다"면서 "저희만 기초단체 공천을 포기한다면 가뜩이나 힘이 미약한 저희들로서는 큰 정치적 손실이 될 공산이 크다"며 결정 과정의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이 광역단체장 선거는 물론 이어지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미칠 파급효과를 고려한다면 이번 결정이 희생을 각오한 결단이라는 논리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한 걸음 앞서 공천권 포기를 선언한 것은 실(失)보다 득(得)이 많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창당 발기인 대회에서 '약속을 지켜 희망을 만드는 정치'를 새정치 기조의 하나로 제시한 만큼 당장 지방선거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더라도 기성 정치권과 다르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게 중장기적으로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게 새정치연합의 판단이다.

이와 관련해 송호창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현실정치 세력 중에서도 약속을 실천으로 옮기는 정치세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약속을 지킨다는 명분과 책임의식이 국민에게 가장 설득력있는 것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특히 기초선거 공천 포기로 감수해야 할 현실적 문제가 최소 5천여명의 당원 탈당이 예상되는 민주당 등 기성 거대정당에 비해 훨씬 적다는 사실도 이처럼 '명분론'을 선택하는 주요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맞물려 신당 창당 과정에서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후보 영입이 쉽지 않다는 현실적 요인이 작용한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런 현실적인 핸디캡을 감안해 박 대통령 1주년 회견이나 오는 28일 국회 정치개혁특위 종료일까지 기다리지 않고 먼저 결단을 내림으로써 야권 내 '혁신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효과도 노렸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이 사실상 현실론으로 기운 상황에서 과감한 공천 포기로 이슈를 선점, 민주당과의 정책연대를 탈피해 기성 정당과의 차별화에 나선 것으로 평가된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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