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집트 관광장관, 부상자 위로 > 김영소 이집트 주재 한국대사(가운데)와 헤샴 자아주 이집트 관광장관(왼쪽)이 16일(현지시간) 폭탄 테러로 다쳐 이집트 샴엘셰이크 병원에서 치료 중인 한국인 관광객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집트 관광장관, 부상자 위로 > 김영소 이집트 주재 한국대사(가운데)와 헤샴 자아주 이집트 관광장관(왼쪽)이 16일(현지시간) 폭탄 테러로 다쳐 이집트 샴엘셰이크 병원에서 치료 중인 한국인 관광객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발생한 이집트 한국인 관광버스 테러 사건이 과격 이슬람 단체의 소행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주요 외신들은 알카에다와 연계된 이슬람 테러 조직 ‘안사르 베이트 알마크디스(성지를 지키는 사람들)’가 이번 사건을 자신들이 저질렀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이 단체는 지난해 12월 14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다친 만수라 경찰본부 청사 폭탄 테러 사건도 주도했다. 한국인 관광객을 노린 범죄가 아니라 정치적, 종교적 테러라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20대 괴한이 폭탄 터뜨려

테러를 당한 버스에는 충북 진천 중앙장로교회 소속 성지순례 관광객 31명과 가이드 2명을 비롯한 한국인 33명, 이집트인 운전기사, 가이드 등 모두 35명이 타고 있었다. 이번 사고로 버스 앞쪽에 탑승했던 신도 김홍렬 씨(64)와 여행업체 블루스카이 사장 제진수 씨(56), 가이드 김진규 씨(35) 등 한국인 3명과 이집트 운전사 1명 등 총 4명이 사망하고 14명이 중상을 입었다.

부상자들은 무릎 아래 파편이 박혀 인근 샴엘셰이크 국제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경상을 입은 한국인 15명은 18일 오후 인천공항으로 입국할 예정이다.

이들은 지난 10일 출발해 터키와 이집트, 이스라엘 등 성경에 나오는 지명을 순례하고 21일 귀국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16일 오후 2시20분 이집트 동북부 시나이반도 타바에서 국경을 넘어 이스라엘로 가기 직전 테러를 당했다. 이집트 경찰 등에 따르면 출국 수속을 위해 일부 승객이 내렸을 때 20대로 보이는 자살폭탄 테러범이 관광버스에 올라 문 근처에서 폭발물을 터뜨렸다. 이후 버스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전소됐다.

◆뒤늦게 여행객 철수 조치

외교부는 대응팀을 현지에 파견하고 테러가 발생한 시나이 반도 내륙과 아카바만 연안에 ‘특별여행경보’를 발령했다. 특별여행경보는 해당 지역의 출입을 제한하고 현지 체류자는 안전에 특별히 유의하면서 즉각 철수할 것을 권고하는 조치다.

그동안 시나이 반도는 여행경보제도상 3단계 여행제한 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한국 국민의 입국을 제한하거나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구속력이 없었다. 외교부는 4단계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할 경우에만 해당국 방문을 여권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여행사들은 이집트, 이스라엘 국가를 여행하는 성지순례 관광상품을 아무런 제약 없이 판매할 수 있으며 이집트 관광 성수기인 1~2월에는 하루평균 30~50명의 한국인 성지순례 단체를 시나이 반도로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여행경보 시스템이 허술하다는 지적도 있다. 외교부는 지난해 11월20일부터 이집트 현지 정세 및 치안 상황이 안정되고 있음을 고려해 이집트 내 여행경보 2단계 여행자제 지정 지역 중 샴엘셰이크와 기타 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을 여행 1단계 여행유의로 하향 조정했다. 반면 미국 정부는 지난달 30일부터 이집트 지역에 3개월간 여행 경고(Travel Alert)를 내렸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여행경보에 따라 고객이 여행을 취소했을 때 여행사가 고객에게 취소수수료를 물리는 등 문제가 많아 함부로 금지 지역을 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